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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Oct 25. 2017

전달되지 않을 편지-2

비바람, 온기, 너 이 세 단어는 시리도록 아픈 날들을 만들었다.  

예전에는 추워서 술을 먹는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추우면 집에 들어가서 따뜻하게 이불 밑에 있으면 될걸 왜 굳이. 

괜히 술을 먹고 싶어서, 무엇인가 도피할 곳이 필요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이젠 그 말을 이해하는 중이다. 


비바람이 몰아쳤다. 

순식간에 사라진 너의 뒷모습은 찬바람만 남긴 채

아직 준비되지 않은 나를 겨울로 내몰았다. 

너의 온기의 흔적도 너무나도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몸이 시릴정도로 슬프다는 게 아프다는 게 무서워서 

아니 슬퍼서 너를 비워내기로 했다. 


너와의 추억을 잔에 따라 마셨다. 


첫 잔에는 너와 처음 손 잡은 날을 

그다음 잔에는 너와 함께 별을 본 날을 

그다음 잔에는 너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받은 날을

그다음 잔에는 너와 여행을 떠난 날을 

한잔 한잔씩 너를 써 내려갔다. 

점차 비워져 나가는 술병들을 보며 
너를 지워내려갔다. 

너의 흔적은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그런 눈물이 나는 향이었다. 

몽롱히 취하면서도 여전히 놓을 수 없는 그런 추억이었다. 

뻔한 결과가 보이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너의 흔적을 되새겨나갔다. 

눈물처럼 투명한 술잔이 계속 가득 채워졌다.

그러다 어느새 흘러넘쳐 천천히 나의 바지를 적시기 시작했다.


너를 그리워하기 때문인지

너를 지워가며 슬펐기 때문인지

아무리 취해도 지워지지 않는 시림 때문인지

이유 모를 떨림은 가시지를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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