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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Nov 27. 2017

너는 몰랐을 나의 시간들.

꿈을 꿔.

너무나도 생생해서 계속해서 그 장면들이 머리 안에서 돌아가는 그런

딱히 편안하지는 않은 꿈들.

너무나도 나의 삶과 연관이 있는 그런 꿈들.


그 꿈들에 시간이 먹히고, 감정이 먹혀.

기억들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헛구역질과 함께 다시 가라앉고 애써 무시하려 해.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들과

돌아갈 수 없는 순간들의 모음이

계속 눈 앞에서 얽매여 와.


소리를 지르며, 온몸이 식은땀으로 뒤덮이고

손이 떨리기 시작하면서 잠을 깨.


때론 배드 앤딩이 떠야지만 깰 수 있는 그 꿈들은

내가 술을 먹는 이유기도 했지.


누군가를 끌어안고 자는 걸 그토록 집착했던 이유기도 했지.

그땐 강도가 많이 약해지거든.  


이젠 뭐.

어떠한 나쁜 꿈을 꾸더라도 어느 정도로 참는 법은 배웠으니 말이야.

일어나면 멀쩡하게 잘 잔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알아 넌 이해 못하겠지.

그렇게 힘들면 사람들을 찾아가서 내 고민을 상처를 말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왜 아프다고 소리 지르면서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안 하냐고.

답답하겠지.


밤에 잠을 잘 못 자면

약을 먹으면 되는 거고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이 떨리면

상담을 받으면 되는 거고

갑자기 우울해지면

잠을 자거나 다른 걸 하면 되는 거고


아무도 나를 걱정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이런 글, 감정 따위는 비추지를 않아야 하는 거고

그렇다고 관심을 주면 괜찮다고 아무 일 없다고 넘기는

내 행동들이, 결과들이 짜증 나겠지.


익명으로도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타인에게 말하는 그 두려움을 나는 아직 극복 못했기에 그래.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 년이 되어버려.

그리고 일 년이 몇 년이 되어버려.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그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전향되지


아 그게 왜 문제냐고?


내가 그걸 다 다시 말할 감정과 시간과 돈이 없어서 그래.


내가 나의 이야기를 말하는 데에도 대가가 필요해서 그래.


그리고 우습게도 그 대가가 너무 커.


"친구"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말하기에도

그들이 지칠까 너무 두렵고

그들이 나를 좀 더 알고 나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서 함부로 못 그러겠다.


"타인"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나의 인생만이

들어간 이야기가 아니기에 어느 정도까지 알려줘야 할지 모르겠고.


그럼 뭐 어쩌라고.
내가 뭘 해주면 좋겠니.
관심을 끌까?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내가 어찌 감히 내게 네 감정과 시간을 소비해달라고 부탁해.


그럼 남는 건 피로와 끝이 없는 절망뿐일 텐데.


그러니 나의 이야기는 여기를 마지막으로 그만 하자 우리.


당신도 당신의 인생을,

나도 나의 인생을 간직한 채로

서로 그냥 가자.


그래. 그게 나의 선택이야.


후회?


하겠지. 근데 그건 내가 짊어져야 할 선택의 결과야.

꿈처럼 내가 어떻게든 무뎌질 수 있는 그런 시간들로 만들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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