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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Jan 13. 2018

그대여 그대여

단 하나만 빼고 모든 게 완벽했던 날

적당히 시원한 바람,약간의 취기, 붉은 노을이 물드는 바다. 감히 내 인생에서 가장 어여뻤던 날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만큼 좋았던 날이었다.


당신도 잘 알테지만 나는 하늘의 색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또는 모든 복잡한 생각을 하며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들과 그 주위를 맴도는 새들 그리고  모든 것을 감싼 하늘의 색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내가 제일 좋아했던 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연히 연락한 친구에게 네가 그 친구와 함께 한강에 있다는 말을 들었던 그 날, 나는 옷을 돌려받겠다는 핑계로 너를 잠시라도 더 보려했다. 그날은 여러모로 내게 많은 일들이 일어난 날이었기에.


그날은 예전에 헤어진 내 전 애인과 마주하며 덤덤하게 밥을 먹은 날이었고, 부모님과 대판 싸운 날이었으며, 친구들과 아니 너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며 걸었던 날이었다. 사실 그 때 조금만 천천히 걷자던 너의 말을 무시한채 화장실로 도망치듯 뛰어갔던 것은 너와 걷는 그 순간 내내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너에게도 전해질까 두려워  취했다는 핑계로 도망친것이었음을 너는 알까.

그 노을 빛 아래에서 본 너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오늘 내가 바라본 하늘은 그 동안의 하늘과는 다르면서도 같았다.나는 여전히 하늘의 색을 바라보며 감탄을 표했고, 색의 향연이 나를 감싸올때까지 서있었으며 바람을 느꼈다.


다만 오늘은 그 추억을 되새기지 않으려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날을 다시 되새기지 못한다는 사실과 이제는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다시 같이와서 이 장관을 즐기고 싶다고 말할 사람이 없음에 조금은. 조금은 많이 슬펐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면서 내 세상의 일부를, 시간을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던 사람이 하나씩은 있었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조금 남아있던 병을 비우곤 그 생각을 이내 지워 버렸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쌀쌀했다.

옷을 조금 더 두껍게 입을 걸 그랬나라며 혼자 묻고는 이내 다시 차를 타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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