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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Jan 12. 2018

잊혀진다는 것은

당신의 삶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잊지마. 절대로. 약속해줘.
그럴게.


잊혀진다는 것

무뎌지는 것과 잊혀지는 것 그리고 사라지는 것에 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잊혀질 바에는 사라지겠다. 차라리 내가 놓지 남이 먼저 나를 잊어버리는 건 싫다라고 주장한 친구의 말에 나는 조용히 잊혀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딱히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듯 했지만. 그 당시의 우린 둘 다 꽤 취해있었고 그랬기에 평소의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조금 더 내면의 생각들을 -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잊혀진다는 건 내겐 하나의 탈출구 였었다.

꽤나 오래되고 자주 써먹는 이야기지만 한 때 내가 치기 어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을 때 가장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죽는 방법은 잊혀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누구에게도 희망도 나를 찾아야하는 이유도 내가 존재해야만 하는 상황도 아니라면 그건 가장 평화롭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라고 믿었다. 그러다 다들 내게 그건 너무 슬프잖아라고 했을 때 나는 왜? 라며 반문했다.

나는 굳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더 짐이 되고 싶지않았다. 나는 굳이 그들의 일상을 깨뜨리고 싶지않았다. 나는 굳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않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잊혀질거라면,어차피 다들 자신의 바쁜 하루를 보낼거라면 굳이 먼저 잊혀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아보였다. 그러나 그 친구는 내게 잊혀지는 건 없다고 다들 그저 무뎌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게 잘 이해가 되지않았다.


무뎌지는것. 특정 행위나 행동이 더 이상 나에게 그렇게 큰 영향을 줄 수 없다면 그건 더 이상 존재의 의미가 없는것 아닌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은 더 이상 우리의 관심사 속에 존재하지 않음을 우리는 모두 알지 않는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말자.

그 말의 뒤에는 우리가 한  소중했다고 생각한 것은 익숙해진 후 더 이상 우리에게 소중하지 않은 것으로 전락한 것 아닌가 . 어차피 잃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아, 또는 대체품을 찾아 나서기 마련이니 말이다.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가을날 문뜩 잊혀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은 내가 모든 타인과의 연락을 끊은지 정확히 1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비록 나만이 과거에 매여있을지라도 그래도 가끔가다 한번씩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내가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 그게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말이다- 생각했다.


담배를 태우다보면 가끔 남들보다 훨씬 빨리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보며 마치 나와 비슷하다고 여겼다. 한 순간에는 존재하더라도 곧 잊혀지고 사라지고 마는 그런 존재.


"너를 영원히 잃고 싶지는 않단 말이지."


저 말을 들으며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하나는 적어도 한사람의 인생에는 내가 그래도 한동안은 잊혀지지는 않을 영향을 미쳤구나라는 안도감과 어차피 다들 금새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텐데 라는 약간의 냉소적인 생각과 미안함 등등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멀리서 바라만 볼지라도, 나는 -당신이 나를 잊더라도 - 당신과의 시간을 잊지 못할테니. 만약 당신에게 있어 나를 잊는게 훨씬 도움이 된다면 나는 잊혀져줄테니.


자 그럼 그대 부디 내내 어여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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