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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Feb 01. 2018

 끝 그리고 다시    

너는 다시 내 삶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 사랑이 너한테는 정말 위대한 거 같아."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정말로 그 어떠한 감정도 남아있지 않을 때 다시 보자. 가끔 안부는 전해줬으면 좋겠다. 잘 지내."


"아직도 의문이에요. 내가 예민한 건지 조금 드물어진 당신의 연락에 잠깐 혼자가 된 시간에 당신을 보고 싶다 생각하며 당신이 나에 대해 가진 애정이 좋으면서 불안한 내가."


....


" 사랑해. 내가 여태까지 선택한 일 중에서 후회하지 않는 게 있다면, 그건 지금이야."



'사랑'


한동안 암흑기를 맞이했던 내 인생에 있어 가장 고마웠고 좋아한 사람에게 느낀 내 마지막 감정은

끝까지 미안함이었다.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 믿었던 시간들이기에,

억지로 연락을 끊어냈어도 나는 그들을 모두 그리워하고, 그 시간 안에 갇혀 살 줄 알았다.

연락을 다시 하고, 연을 다시 잡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른 채

나는 그들과의 역사를 모두 지워냈다.


그토록 찬란하고 어여쁜 봄들과, 시리도록 춥고 어두웠던 겨울들이 수차례 지나가고 나서야

그제야 나는 고개를 들 줄 알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을 속삭여도 어차피 뻔히 끝이 보이는, 내게는 그저 대체품이자 약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그토록 내가 자신 있어 하던 무모하고 감정과 생명이 넘치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 


시간은 그저 제자리를 빙글빙글. 맴돌곤 했다.


그래서 나는 줄곧 내게는 아직 새해가 오지 않았다며, 나를 어느 정도 아는 이들에게 장난스레 말하곤 했다.


술과 담배가 정말로 일상이었던 내게, 이번 겨울 홀로 있었던 하루 동안, 참 많은 생각들이 왔다 갔다 했다. 분명 의사 선생님이 약을 복용하는 동안, 술 담배는 금물이라고 했던 것을, 나는 그저 어차피 내가 죽더라도 다들 어떻게든 살아갈 텐데라며 흔히들 말하는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는 했다.


나는 차라리 훨씬 바빠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누구도 그리워하지 않게 하기에, 그 누구도 떠올리지 않게 하기에, 그 누구에게도 어차피 전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을 테니- 나는 이미 바닥까지 가라앉은 무기력함을 즐기고 있었으니 - 차라리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적당한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없으니 그저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나기를

소망했다.


흩어져가는 감정들과 기억들의 순간을 나는 지독하게도 미련하게 붙잡으려 했지만, 그들은 끝끝내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언젠가 다시 보자.


그건 내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말이었다.


내가 그들의 연락처를 모두 지우고, 역사를, 기억을, 순간을 지우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다시 보자는 나에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말이었다.


물론 언젠가 우연찮게 다시 볼 수 있을 테지만, 굳이 더 이상은 그들들의 그림 속에 내가 환히 웃는 모습을 바라 볼 자신이 없다. 아니 그저 방관자로 남아 간간히 떠오르는 순간 그저 스쳐 지나가듯 찾아보는 것을 제외하곤 더 이상 마주할 자신이 없다.


그런 내게, 너는 예상치 못한 선물 상자 같았다.


너무 거대해서, 차마 내가 이런 행운을 받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가끔은 네게서 나를 겹쳐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네가 행복했으면 했다. 아니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제는 정말 나 자신을, 내 세상을, 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몇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신은 나의 세상에 다시 색채를 입혀주었다.


나는 아직 당신의 존재를 정의 내리지 못했다.


당신은 내게 새로운 시간을 부여했고, 공간을, 기억을 채우고 있다.

당신은 닫혀있던 나의 세상을 다시 열었다.


흔히 많은 사랑 이야기가 그렇듯, 내가 걸어온 발자국들이 그렇듯, 우리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갑자기 죽는 게 두려울 정도로, 너와의 시간들이 소중하다. 아니 아름답다고 여긴다.


당신은 나의 꽃이자, 달이자, 생명이자, 호흡이니.


나는 당신과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그 순간을 내가 잃지 않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이것은 나의 다짐이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자, 나의 고백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 춘 수 /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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