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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Mar 21. 2018

끝나지 않은 이야기

You know, we are still young.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웹툰 2개를 물어보면, "미생"과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을 말해주곤 한다.

나의 애정은 계산적이고 겁이 많아 너를 감싸안는 순간에도 네 고민의 깊이를 잰다.
내 우물 안에 너를 받아줄 공간이 남아 있을까.
그래야만 한다.  
뭐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너와,
동등한 관계가 되려면.
- 멀리서 보면 푸른 봄 -

언젠가부터 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에게 할당된 것을 먼저 보았고

내가 그렇게 자신 있어하던 이타적인 나는 사라지고

오히려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되는 시간들이 하나둘씩

내 삶을 차지해갔다.

나는 과거를 추억하는 애달픈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았다.
이제와 추억이었다거나 경험이었다거나 청춘이었다거나
그때 그 시간이 가장 빛나는 때였다라는 너무도 슬픈 말이
왜 아름답게 포장되는 걸까.

예전에는 아무런 근심이 없이 바라볼 수 있었던 과거들을 이젠 다시 곱씹기조차 두려울 때가

가끔 있곤 했다. 나에게 내일이 없다는 것. 그때 그 시간보다 절대로 좋아지지 않을 거란 막연한 두려움이.

내가 평생을 발버둥 쳐도 그 "평균"을 따라잡는다는 게 내가 허덕이면서도 절대로 못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들이 나를 물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내 인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도 무섭긴 마찬가지라는 것.

다음번엔 다르겠지. 다음에는 나도 할 수 있겠지.

그러나 기대하는 일은 쉽게 오지 않고 내일도 오늘이 반복된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는 밤들.

내가 지금 과연 뭘 하고는 있는지.


나는 과연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하나의 불빛을 킬 수 있을까.

내게 허락된 불빛이 있기는 할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일 수 있기는 한 건가.

나의 한계가 마치 안개처럼 나를 감싸 안고 눈을 가려서 휘청휘청 위태로운 한걸 씩 나아가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당장 내 앞에 있는 문제들도 풀지 못하는데

하고 싶은 것만 잔뜩 많아서 그냥 항상 그러하듯 욕심만 부리는 건 아닐까 싶긴 하다.


그런데 그 모든 생각들을 지낸 채로도 나는 여전히 나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나에게 왜 아직까지도 선택의 폭을 좁히지 못했냐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가장 나의 안위를 걱정하는 부모님께.


이제야 겨우 뭔가를 배우고 있는데 벌써 정하라는 건 말도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방학을 맞이해서 찾아오신 어머니께서 너는 아직까지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왜 하나만 못 파고드냐고 굳이 이런 활동들을 해 야하냐고 툭 던지신 말에.


나는 발끈하며

벌써부터 꿈이 정해져 있으면 그건 슬픈 거 아니에요? 라며

아직은 나도 꿈을 꿀 수 있는 나이 아니냐고

조금은 스스로에게 말하듯이 주장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어른이 되어감을 아는 순간은 어느 순간인가 내가 꿈과 현실을 타협해서 포기하는 법을 알 때라고.

막연한 불안감이 나를 엄습하는 순간 나는 항상 타협을 한다.


적어도 이 정도는 벌어야지.

적어도 무시당하지는 않아야지.

적어도 평균은 되어야지.


분명 예전에는 이보다 화려한 그리고 아름다운 꿈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괜히 입안에 가득 문 얼음만 와작하고 깨무는 시간들이었다.


엄마. 나는 아직 꿈을 꿀 자격이 있을까요.

너무 늦지는 않았을까요.


내가 책임져야 하는 시간은 어디까지일까요.


이미 나는 뭔가 도전할 수 없는 사람인걸까요.




You know we are still young
You know everything is al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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