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know, we are still young.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웹툰 2개를 물어보면, "미생"과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을 말해주곤 한다.
나의 애정은 계산적이고 겁이 많아 너를 감싸안는 순간에도 네 고민의 깊이를 잰다.
내 우물 안에 너를 받아줄 공간이 남아 있을까.
그래야만 한다.
뭐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너와,
동등한 관계가 되려면.
- 멀리서 보면 푸른 봄 -
언젠가부터 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에게 할당된 것을 먼저 보았고
내가 그렇게 자신 있어하던 이타적인 나는 사라지고
오히려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되는 시간들이 하나둘씩
내 삶을 차지해갔다.
나는 과거를 추억하는 애달픈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았다.
이제와 추억이었다거나 경험이었다거나 청춘이었다거나
그때 그 시간이 가장 빛나는 때였다라는 너무도 슬픈 말이
왜 아름답게 포장되는 걸까.
예전에는 아무런 근심이 없이 바라볼 수 있었던 과거들을 이젠 다시 곱씹기조차 두려울 때가
가끔 있곤 했다. 나에게 내일이 없다는 것. 그때 그 시간보다 절대로 좋아지지 않을 거란 막연한 두려움이.
내가 평생을 발버둥 쳐도 그 "평균"을 따라잡는다는 게 내가 허덕이면서도 절대로 못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들이 나를 물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내 인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도 무섭긴 마찬가지라는 것.
다음번엔 다르겠지. 다음에는 나도 할 수 있겠지.
그러나 기대하는 일은 쉽게 오지 않고 내일도 오늘이 반복된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는 밤들.
내가 지금 과연 뭘 하고는 있는지.
나는 과연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하나의 불빛을 킬 수 있을까.
내게 허락된 불빛이 있기는 할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일 수 있기는 한 건가.
나의 한계가 마치 안개처럼 나를 감싸 안고 눈을 가려서 휘청휘청 위태로운 한걸 씩 나아가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당장 내 앞에 있는 문제들도 풀지 못하는데
하고 싶은 것만 잔뜩 많아서 그냥 항상 그러하듯 욕심만 부리는 건 아닐까 싶긴 하다.
그런데 그 모든 생각들을 지낸 채로도 나는 여전히 나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나에게 왜 아직까지도 선택의 폭을 좁히지 못했냐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가장 나의 안위를 걱정하는 부모님께.
이제야 겨우 뭔가를 배우고 있는데 벌써 정하라는 건 말도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방학을 맞이해서 찾아오신 어머니께서 너는 아직까지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왜 하나만 못 파고드냐고 굳이 이런 활동들을 해 야하냐고 툭 던지신 말에.
나는 발끈하며
벌써부터 꿈이 정해져 있으면 그건 슬픈 거 아니에요? 라며
아직은 나도 꿈을 꿀 수 있는 나이 아니냐고
조금은 스스로에게 말하듯이 주장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어른이 되어감을 아는 순간은 어느 순간인가 내가 꿈과 현실을 타협해서 포기하는 법을 알 때라고.
막연한 불안감이 나를 엄습하는 순간 나는 항상 타협을 한다.
적어도 이 정도는 벌어야지.
적어도 무시당하지는 않아야지.
적어도 평균은 되어야지.
분명 예전에는 이보다 화려한 그리고 아름다운 꿈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괜히 입안에 가득 문 얼음만 와작하고 깨무는 시간들이었다.
엄마. 나는 아직 꿈을 꿀 자격이 있을까요.
너무 늦지는 않았을까요.
내가 책임져야 하는 시간은 어디까지일까요.
이미 나는 뭔가 도전할 수 없는 사람인걸까요.
You know we are still young
You know everything is al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