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는 영원히 당신에게 말하지 않을 테다.
기나긴 고민 끝에 나온 결말은 항상 같았다.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들과 시나리오가 머릿속에서 휙휙 지나갔고
아무리 새로이 다집을 해도 항상 끝에서 엎어졌다.
나는 어차피 당신 곁을 떠나지 못하겠지.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없을 테다. 당신이 죽고 나서야 그제야 조금은 홀가분한 느낌을 받을까.
아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마 슬픔에 사무쳐,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비어 버릴 테니.
참으로 좋은 사람이다 그대는.
그대가 나를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를 알기에 나는 감히 그대에게 내가 걸어온 길들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그대 앞에서 항상 어린아이처럼 맴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나 힘들었다고, 그래도 이만큼까지 왔다고.
차라리 당신을 미워하는 법을 알았더라면 편했을 텐데.
당신을 미워할 수 없는 내가 미워진다.
억지로 나를 버티게 하는 당신이 너무 밉다.
그러니까 나는 영원히 당신에게 말하지 않을 테다.
저 멀리 가둬둔 이야기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