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느 계절의 밤에 잊힐까요.
이왕 잊힌다면 역시 4월의 벚꽃잎이 피고 나서가 좋겠어요.
조금씩 흩날리는 눈발을 맞는 겨울은 내겐 너무 춥고 아프거든요.
가을도 색은 예쁘지만 점차 져가는 단풍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여름이요? 아 여름은 너무 찬란해서 눈이 부신 것 같아요.
아 왜 밤이냐고요?
밤은 항상 내게 좀 더 잔상과 꿈을 좇는 그런 시간이었거든요. 아 물론 가끔은 새로운 감정들이 뒤섞이기도 했지만, 어슴푸레하게 새벽녘이 밝아오는 걸 보고 있잖니 좀 더 뭔가 그 감정들이 명확해졌다 하나둘씩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런,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요.
떠나기 좋은 것 같아요 밤은. 그냥 잊히기도, 잊기에도.
해놓은 약속들이, 말들이, 꿈들이, 생각들이 너무 많은데
여전히 불안하긴 해요.
그러니, 미리 약속할게요.
역시 잊히는 건 4월 벚꽃잎이 피고 난 밤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