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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Dec 08. 2022

그러니 또 제자리걸음인 거지

남보다 못한 우리

"바빠?"


부재중 전화 1통 


단지 그것뿐이었다. 

일주일만의 대화는 거기서 다시 시작이 되었다. 


너는 내가 항상 널 좋아하지 않고 먼저 간 것에 대해서 서운해하고 이제는 화도 안 난다면서, 

내가 널 두고 먼저 자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며, 나에게 말하곤 했다. 


어찌 일이 그렇게 중요할 수 있냐면서, 이게 맞냐고 묻던 네가 

이제는 내가 연락이 늦어도, 혹은 먼저 잠에 들어도 

예전만큼 울면서 화내거나 그러진 않는다. 


보통 한쪽이 먼저 이해해버리는 관계는 이해가 아니라 포기라고 하던데. 

우리도 그런 관계가 되어버린 걸까. 


이제는 네가 나에게 기대하지 않은 것이, 

내가 연락이 되지 않아도 네가 나에게서 관심이 멀어진 게 보이는 게 

그래서 내가 그걸 지적하는 순간 네가 픽 하고 웃으면서 말을 돌리는 게


아 이럴 줄 알았으면서도 막상 그런 순간이 닥치니까 되게 미묘하네. 

이제 와서, 이럴 거였으면 일 좀 덜 하고 널 볼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당시 나에게 있어서, 이사님이 부르시면 가는 게 맞지. 지금 어떻게 취업한 건데. 

너도 일해봐서 이미 알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한 게. 

너와의 데이트에서 우리가 같이 가자고 했던 곳들이 늘면 늘 수록, 예전에 잠시 결혼 얘기 나올 때만 해도  

아 일 열심히 해야겠다. 이젠 진짜... 이직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해야 했던 게 이제는 좀 흩어져버린 느낌이라.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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