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랑 Mar 02. 2017

우리만의 이야기

너에게 바치는 이야기. 

너에게 약속했었다. 

그 누구도 아닌 너만을 위한 글을, 너에 관한 글을 하나 쓰겠다고. 

본래 내 글은 의식의 흐름대로 쓰이기에 뭔가 몽롱한 상태이거나 생각이 많은 그런 상태일 때 써진다. 

이번 글 역시 약간은 그런 느낌이다. 


관객은 너. 

무대의 주인공은 나. 

그리고 내용은 너와 나의 이야기. 


처음 본 순간 누군가를 엄청 닮았다고 생각했었다. 

친해지고 싶었고, 그냥 왜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많은 것을 알고 싶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누군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고, 친한 척을 하려 하는, 

나름의 공통점을 찾아서 먼저 나서는 그런 사람. 

'너'는 그런 사람이다. 활발하면서도 조용하고, 생각이 많으면서도 무심하게 흘려보내고, 남들과 적당한 관계를 잘 유지하는 그런 사람. 


우리의 주 대화는 웃기게도 '죽음', '과거', '인간관계' 이 3가지로 모든 것이 귀결될 것이다. 굳이 세부적인 내용은 적지 않겠다. 그러기엔 글이, 시간이 너무 없으니. 

원래 '언어'는 그 '순간'을 모두 표현하지 못하는 법이기에. 

처음 시작은 미안함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나의 비밀들을,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장 큰 것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대부분의 자조적인 이야기들과 암울한, 어두운 이야기들, 그리고 남들이 들으면 조금은 위험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사실은 네가 나를 원망했으면 했다. 왜 굳이 쓸데없는 짓을 하냐고. 왜 굳이 자기한테 그러냐고. 

그 당시의 나는 나 스스로를 위선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사실은 나는 내가 착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좋은 사람은 아니었기에. 

누군가 나를 원망하고, 증오하고, 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 물론 뒤에서가 아닌 앞에서 말이다. 

나의 언어는 상당히 거칠었었고, 표현 역시 쉽게 오해를 살만한 그런 것들이었으며 

상당히 미숙했었다. 물론 여전히 그렇지만. 

너는 그런 나를 보며 물론 처음에는 약간의 원망과 질책이 있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잘 넘어갔다. 


남들이라면 당연히 욕했을 것들을 너는 그냥 '나'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고 했었고 

그게 어찌 보면 약간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다. 

과연, 어디까지가 수용범위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약간은 더 밀어붙였던 것 같다. 

아 물론 그 당시의 나는 상당히 꼬여있던 상태이기도 했지만. 


나의 감정들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꼬인 것들을 보여주며 가끔은 어쩌다 같이 어두운 모습으로 동화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가끔은 먼저 네가 다가와서 나에게 너의 고민을,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밤과 새벽은 우리의 대화 시간이 되었고, 조용한 복도와 계단은 우리의 모임 장소가 되었다. 


한 번은 통금시간을 넘겨서 아무도 없는 면학실에 너를 불러서 같이 있다 나의 과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그것도 제일 나의 이야기를 들어서는 안될 너에게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미안했다. 

너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었고, 주위의 모두가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물론 너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 후에도 계속 나는 뜬금없이 고백을 했다. 그게 반 장난이든 진심이든지 간에.

어찌 보면 약간은 선을 넘은 장난을 치기도 했고, 너이기에 받아준 행동과 말을 했었다. 

다행히도, 여전히 우리는 친한 관계이다. 적어도 나쁘지 않은 관계라고 자부한다. 


여전히 나는 너에게 장난을 치고, 편지를 쓰고, 연락을 한다. 

지금 우리는 얼굴을 보고 있을 때만큼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건 아마 대화하는 법을 까먹은 나의 잘못이 크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들과의 연락은 피하더라도 너에겐 항상 답을 한다. 


말을 항상 애매하게 하는 나이기에.

항상 변덕이, 감정의 변화가 심한 나이기에. 

네가 나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네가 나에 대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이라 미안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린 참 공통점이 없는데, 이렇게까지 친한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가끔은 내가 너무 당연히 멀어져야 하는 관계를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게 아닐까 

괜히 구질구질하게 너에게 짐이 되는 건 아닐까 고민이 든다. 


내가 조금은 더 멋진 사람이면 좋을 텐데. 

너에게 조금은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좋을 텐데. 

너와 조금은 더 겹치는 게 많았으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약간은 아쉬우면서도 미안하다. 


다른 사람들과 평범하게 대화하는 것처럼 너에게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네가 싫어할걸 뻔히 알면서, 내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들을 지키지 않고 

그것들을 자랑스럽다는 듯이 떠드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가 참 한심하게 여겨진다. 


그래도. 그냥 변명하고 싶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라고. 

이것보다 더 좋은 사람. 더 책임감 있고, 믿을만하고, 안정적인 사람이라고. 

그냥 시기가 좋지 않아서 너에게 계속 그러는 거라고. 


누구든 아프고 힘든 시기가 한 번씩 있듯이, 그냥 나는 그게 좀 오래가는 것뿐이라고. 

나는 이 모든 게 처음이니 아직 서툴고 해결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뿐이라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나중에 다시 나를 보게 되면 그땐 

지금보단 좋은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 장담할 테니. 

그때 더 잘해주고 도움이 되어줄 테니 


나에게 그냥 기회를 달라고. 멀어져도 괜찮으니 그냥 사라지지만 말라고. 


지금까지 해온 행동들로 봐선 분명 믿지 못할 테지만. 

지금까지 내 행동들 때문에 넌 분명 지쳤을 테지만 이젠 짜증이 날 테지만. 


그냥. 한 번만 더 믿어달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나의 마지막 인사이자. 약속. 


 

작가의 이전글 잠깐의 휴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