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시간이 흐르고 있어요.
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계절이자 누구든 약간은 설레는 그런 시기.
흔히들 그렇게 말한다. 봄이 되면 누구든 연애를 하고 싶어 진다고.
천천히 피어오르는 어여쁜 꽃들처럼 사람 속에서도 감정이 천천히 싹튼다고.
내가 너를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은 2014년도의 봄이었다.
2017년도의 봄에도 나는 여전히 너를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변했다.
하루 종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너의 모습도
조용히 서로에게 기대어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했던 시간들도
밤에 시작돼서 자기 전까지 하던 우리의 통화도
일상이 되어버렸던 것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약간의 공허함 과 그리움만이 남아있었다.
현실의 시간은 하루하루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흘러갔고,
졸업생이라는 신분 아래에서 나는 나의 하루가 우울함과 무기력함에 뒤덮이지 않게
뭐라도 해보려고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너를 보러 가기 위해 탔던 지하철은, 습관적으로 환승을 하는 나는 ,
여전히 너의 주변 동네에서 걸어 다니면서
스스로에게 여기는 경치가 좋으니까 라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이제 나의 하루에서는 점차 네가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들과 시간이 억지로 구겨져 들어가려 한다.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맞아요.
당신 말처럼 당신이랑 예전처럼 연락이 안 될 때 속상했고 힘들었어요.
나는 내가 기다리는 걸 잘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혼자서 삽질도 참 많이 했었고 오해도 하고 그랬어요.
당신이 이미 나한테 지친 줄 알았고 나랑 연락하는 게 부담스러운 줄 알았어요.
우리의 대화에서는 거리감이 느껴졌고 이미 예전에도 당신은 나랑 멀어지고 싶다고 했었으니까요.
서운했어요. 예전이었다면 내가 알았을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서부터 건네서 들어야 해서.
너의 시간들이, 삶이, 기분이 궁금했다.
우리의 관계가 그리웠고 네가 보고 싶었다.
여전히 가끔 내 머릿속은 네가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한다.
여전히 너랑 같이 하고 싶은 것들, 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여전히 우리는 평범한 대화를 나누곤 한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내가 너를 뭔가 어려운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을 때쯤
다시 한번 뜬금없이 보고 싶다고 전화를 걸 테니,
올해의 봄은 기다림의 시간으로 보낼 테니
앞으로 돌아올 벚꽃이 어여쁘게 피는 그 계절에는 다시 웃으며 장난치던
그 관계로 돌아가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나의 그리움 속에 흔적을 남긴 너에 대한 감정은 다시 천천히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던 겨울이 가고 서서히 봄이 오나보다.
툭 투둑 하고 천천히 나의 시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게요. 벌써 봄이네요.
아프지 마요. 따뜻하게 입고 다니고 잘 지내야 해요.
당신은 혼자 잘 이겨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힘들면 가끔은 알려줘요.
기대고 투정 부려줘요.
항상 당신을 좋아할 거에요.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