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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Jan 28. 2017

공간을 추억한다는 것은

같은 장소, 다른 시간의 추억

오랜만에 새벽에 나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평소였으면 춥다며 그저 투덜대었을 테지만, 그냥 오늘따라 감성에 젖어 우두커니 별을 보고 있었다. 


당신은 기억할까. 우리가 여기에서 무엇을 했는지.

당신의 세상을 내가 궁금해한다는 것을, 당신의 추억을 내가 궁금해한다는 것을 당신은 알까. 

이제는 빛바랜 추억이라고 말할 만큼 오래된 추억이지만 

그래도 나에게 있어 당신과의 순간은 항상 내 머릿속에서 되새겨진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 우리는 사진을 자주 찍지 않았다. 

그냥 사진을 찍는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고, 차라리 그 순간을 더 즐겼으면 했다. 

당신과 지낼 때 에는 1분 1초가 항상 아까웠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내가 가장 후회한 일이 되어버렸다. 


사진을 다시 보며, 우리가 간 그 장소들을 다시 돌아보고 싶었다. 

비록 이제는 지나가버린 순간들이라 해도 그냥 막연히 아무런 기대 없이 가보고 싶었다. 

우리가 숨겨놓은, 우리만의 표식들을 차근차근히 되짚어보며 너와의 순간들을 기억하려 했다. 


나는 항상, 당신의 삶에 끼어들고 싶었다. 당신이라는 세상에서 작은 일부분으로 남았으면 했다. 

그래서 당신과 같은 장소에서 공감을 했으면 했다. 

당신이 내가 느끼는 보는 세상을 같이 걸어갔으면 했고 그 장소들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작은 단서들을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점차 그 기억들이 사라지고 있다. 


"처음에는 만남이 사라지고 그다음에는 마음이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추억이 사라진다."


아쉽지만 이제는 당신과의 추억들이 하나둘씩 지워져나가고 있다. 

이제는 같은 공간에서 새로운 기억들이 채워져 나간다. 

당신 역시 이제는 새로운 추억들을 쌓고 있지 않을까. 


기억하나요 당신은. 우리의 추억이 깃든 그 장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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