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랑 Sep 12. 2017

우리는 점차 문을 닫기 시작했다

너는 괜찮은 거니. 

Facebook, Instagram, Snapchat, 카카오톡 등등 심지어 이 글마저 

이 모든 SNS는 우리에게 있어 타인에게 자랑하고 싶은 모습들을, 

"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라며 인정받고 싶어 하는 강한 욕망들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대부분 보여주려 한다. 

혹은 특정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극도로 우울한 글이나 감정들을 표현하는 글을 쓴다. 

그러나 우리의 화면 속에서 내려가는 수많은 사진과 글 속에서 

묘한 위화감과 공허함 그리고 때때로는 사무치도록 시린 외로움과 우울함을 느끼곤 한다.  

 때로는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친 채로 보이는 것들만 급급하게 채워나가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을 한다. 


SNS는 이미 커다란 하나의 세상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속에서 보이는 활동은 예전의 앨범들처럼 개인의 흔적을 남겨놓을 수 있고

메신저와 카톡 등의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상대에게 편하게 연락할 수 있었던 것이나 

10년 전이라면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들을 이루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점차 마음의 문을, 상대와의 거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댓글을 다는 것이, 흔적을 남기는 것이 이젠 오히려 우울함과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수단으로 작동할 때도 있으며, 누구든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생길 때도 있어 점차 

타인에게 보이는 나와 실제의 나는 상당한 괴리감을 지니는 상태에 도달하는 경우도 많다. 


어차피 타인은 보이는 것만을 믿을 수밖에 없기에. 

그 사이의 공백이 남긴 시린 외로움과 허망함은 스스로가 이겨내는 수밖에 없기에. 

선택적으로 친구를 끊거나 추가를 해서 개인이 좀 더 허용하는 선안에서의 모습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그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기에. 


사실 이렇게 주절주절 써 내려가고 있지만 결국 나는 네가 걱정되어 이 글을 썼었다. 

나 역시 글을 올리고 내가 생각하지도 않은 사람이 볼까 봐 곧바로 내린 적도

극도로 우울한 글들로 도배를 한적도, 하나둘씩 정리를 하고 고맙다는 말로 인사를 한 적도 있기에 

네가 어떨지 알 것 같기에 


아니 사실은 나는 네 상태를, 상황을 잘 모르기에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감히 걱정한다고 말을 하는 것이지만. 

너는 비웃고 있을 수도 있고,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부쩍 평이한 이야기밖에 안 하면서 - 이제 와서 갑자기 그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 사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도 아예 감이 잡히지 않지만 

나에게 너는 친한, 그리고 소중한, 중요한 사람이기에 감히 걱정을 해 본다. 

주제넘었다면 미안하지만 

나는 네가 닫은 문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자신이 없다. 


오랜만에 네 소식을 듣고, 당연히 잘 살고 있을 줄 알았었던 네가 힘들어하는 것 같다는 그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네 걱정을 하다 들어야 할 수업도 놓친 채로 

네가 괜찮은지, 혹시 가만히 내버려두는 게 답인지 아니면 뭐라고 말을 하는 게 답인지를 고민하다가 


감히 네가 닫은 문을 다시 두드려 연락했다. 


네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