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by 황필립

피처럼 쏟아질 듯한 선명한 붉은빛

너는 밝고 강렬하며 눈부시게 빛났지

풍성한 머리칼을 한 올 한 올 벌린 채


하지만 나는 곧 너의 몰락을 지켜보게 됐어

존재하는 걸 중단하지 않고도 시체가 된 너

너의 세련된 죽음의 기술

목이 꺾인 채 말라가는 너

네 목은 곧 바닥으로 떨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단단하게 굳어서 몸에 달라붙어 있어


네가 퇴색해 가는 걸

빛을 잃고 목이 꺾인 채 굳어가는 걸 보았지

한 꺼풀, 한 꺼풀 말라 비틀어 떨어지는 것을


나는 너의 목을 가져가야겠다

나의 죄는 나의 분신이니까

너의 죽음을 보니 나의 영혼도 무너져 가고 있어


네 목은 검게 변했지만

물에 잠긴 부분은 생명력 있는 초록빛이지

삶을 한 방울이라도 더 빨아들이려고


네가 몸을 담그고 있던 투명한 물은 검게 변했어

진녹색 물에는 바싹 마른 검은 잎이 두세 장 떠다녀


쓰레기통에 있는

너의 시신 없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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