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삿바늘

알약 28일분

by 황필립

밤바다 느끼는 발작적인 정신적 고통과 절망을 희석해서

매일 같은 용량으로, 똑같이, 규칙적으로 느끼고 싶어요. 주사를 놓는 것처럼요. 정신적 고통은 너무도 익숙하지만, 견딜 수 없는 비대한 몸뚱이를 가진 슬픔이 찾아와 제 머릿속의 기억을 짓누르면 괴로워요.


의사의 점점 짙어지는 잿빛 머리카락 사이로,

마스크를 써서 더 도드라져 보이는 눈이, 피곤으로 처진 눈이, 그럼에도 빛나는 눈이 나를 주시하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리며 움직인다.

타자기를 두드리는 맑고 또렷한 소리가 진료실의 적막 속에서 피아노 연주처럼 춤을 추는 듯이 울린다.


이번에도 똑같이 한 달 분의 약을 드리겠습니다.

다음에 봐요, 조심히 가세요.

그가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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