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버스에 승객은 나 혼자였다.
눈부신 햇빛이 버스의 창문을 통해 들어와 버스가 움직일 때마다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고 버스 안을 비추며 그림자를 만들었다.
예측할 수 없는 그림자들의 형태와 동작을 관찰하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많은 간판들이 지나갔지만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빛바랜 간판과 먼지에 덮인 물건들이 널려있는 불 꺼진 가게들만 나타날 뿐이었다.
병원에 가는 버스 안에서도 진찰을 받을 때도 나는 과거에 있었다.
끔찍한 일은 악몽이 되어 찾아오는데 다시 그 악몽에 시달리니 과거에 사는 것이다.
담당 의사는 필요시에 먹는 약을 변경해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약봉투를 열어 확인해보니 나에게는 부작용이 있는 약이었다.
쿠에티아핀정이었다.
그 약을 먹으면 누군가 내 다리를 톱으로 자르는 것만 같아 발에 밟힌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불안이 나를 떠나길 기대했으나 이번에도 실패가 돼버린 듯하다.
그토록 바라던 달은 침대의 창가로 들어와 푸른색 이불을 너무나도 밝게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