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연못 Feb 18. 2022

포장된 손

2021

나는 가끔 또는 자주,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알아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안면을 덮고 있는 가죽 구석구석에는 커다랗고 깊은 구멍이 생겨나 검붉은 내부가 입을 벌리고 나를 응시한다. 입을 벌린 검붉은 동굴에서는 불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뿜어져 나온다.

되직해진 안구는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흐릿해져 점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남은 한쪽 눈은 혈관이 터친 채 홍채마저 떨어져 나가 바닥에 들러 붙어버렸다. 그리고 바싹 마른 곤충의 날개처럼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스러기가 되어 돌아다닌다. 발에 밟히는 이물감.


잿빛이 된 얼굴의 움푹꺼진 뺨을 더듬으며 그 부속품들을 원래 자리에 찾아 넣으려 하지만 손가락이 얼어 붙어 움직이지 않는다. 

물속 깊이 가라앉아버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장기들과 물속 깊이 숨어버린 인지기능들.


몸을 굽혀 물속을 들여다보기도 전에-


벌써, 아침이 밝아온다.


찌꺼기가 된 나는,

포장된 손으로 스위치를 끌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 밤물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