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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연못 Feb 18. 2022

꽃피는 힘

2021

나의 아픔과 나약함을 생각한다.

나는 나의 질병과 함께 살아간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품에 안고 살아간다.

그들의 품에 안겨있는 것은 그들이 가장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나의 품에 안겨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나는 나의 감정을 외면하다 곧 그것에게 잡아먹힌다.

절망은 나의 육신을 차지하고 나를 흉내 낸다.

나는 나의 절망이 된다.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실과 알약들을 집어삼킨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많은 현재의 순간들과 약을 필요로한다.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나는 거짓된 평화를 얻는다.

그 거짓된 평화는 너무도 짧고 강렬하다.


끊어질 것이 분명한 썩은 줄에 매달려 살아간다.

그 썩은 줄은 나의 뿌리이자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줄에 감겨 허공에 위태로운 자국을 남긴다.

나에 대한 혐오감은 우주처럼 끝없이 팽창한다.


오늘도 나의 우주에는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이 붕괴하고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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