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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연못 Apr 27. 2022

그래도 나는 죽고 싶다.

붉은 꽃들이 모두 지고 떨어진 가지에 푸른 잎들이 돋아나 녹음을 이룬 공원을 따라 걸으며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래도 나는 죽고 싶었다. 세상이 아름다워서 죽고 싶었다. 이곳이 너무 아름답고 빛나서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초라해서 이곳을 살아갈 가치가 없다.


이대로 있다가는 심장이 터지고 머리가 깨져서 죽을 것 같다. 심장박동이 너무 세서 귀를 가득 채우고 시야를 흔든다. 세상이 자꾸만 위와 아래로 흔들리며 모든 게 뒤섞인다.


솜털 같은 민들레 홀씨들이 얼굴로 날아들어 눈앞을 가린다. 생명을 품은, 어딘가에 뿌리를 내려 삶을 살기 위해 바람에 실려 다니는 민들레 홀씨들을 보고 있는데도, 아스팔트 바닥을 뚫고 나온 무성한 잡초들을 보고 있는데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몸을 식혀주는데도 나는 너무나 죽고 싶다.


튼튼한 몸통을 가진 커다란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나뭇가지에 허리띠로 목을 매달고 싶다. 그때는 나를 발견한 사람이 내 목과 나뭇가지에 이어진 허리띠를 주머니칼로 끊어 나를 눕히고 구조대에 신고를 했었다. 이번에는 나에게 그런 귀인과 기적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얼마 전 이곳을 지나며 들었던 어린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가 나누던 대화가 떠오른다.


그렇게 뛰지 마. 그러다가 넘어져.

괜찮아,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돼.

아이는 강하다. 빛이 난다. 눈물이 날만큼, 그 한마디가 내 심장을 마구 찔러 피가 끊임없이 흐를 만큼.


아이의 엄마가 말한다.

그래도 넘어지면 아프잖아. 넘어져도 바로 다시 일어날 수 있겠어?


아이는 자기는 넘어져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며 멀어져 갔다.


나는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죽고 싶고 죽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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