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여울지는 피트강 언덕에서

두고 온 것을 그리워하며

by 나목

봄빛 여울지는 피트강 언덕에서


임현숙



서울의 봄을 두고 온 지 어언 스무 해

막내의 유년이 껑충거리고 두 딸의 사춘기가 들썩이던

돌담 높은 이층집도 두고 왔네

삼백예순 날 칭얼거리던 편두통을 늙은 감나무에 던져주고

일영 밭둑에서 봄을 캐던 고운 벗들과의 시간도 훌훌

마음 깃 여미고 떠나왔지


강 건너 불빛 북적거리는 한강 자리에

달빛 퍼런 프레이저강이 고즈넉이 흐르네

응급실을 드나들던 머릿속이 말개지고

내 생의 봄날인 시詩를 만나고

그늘진 바람이 젖은 마음마저 말려주었던

치유의 땅 밴쿠버

돌부리에 차이고 엎어지면서

살아내야 했기에 오뚝이로 걸어온 길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 갈 것이네


물안개 아침을 여는 피트강이 프레이저강으로

태평양으로 흘러 흘러

저 멀리 동해로 가네

봄빛 여울지는 피트강을 따라가면 서울의 봄을 만날까


두고 온 기억이 부스럼으로 돋아나고

살아야 했으므로 살아있는 오늘

저만치 동해와 손잡은 피트강 언덕에서

부스럼의 딱지를 박박 문지르고 있네.


-림(20250412)



https://www.youtube.com/watch?v=o473DHyCB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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