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사막을 건너는 일

시 창작의 맛

by 나목


언어의 사막을 건너는 일


임현숙



물을 마시듯 찾아가야 하는 문이 있다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시의 문

그 문 안에 들어서면
하루가 말을 걸어오고
마음의 숲을 돌아 나가는 은유의 오솔길이 펼쳐진다


풍선 같은 농담, 스쳐 가는 바람 한 점까지
모두 시의 속살이 된다


오솔길 벤치에 앉아
삶의 껍질을 벗기듯 숨결로 시의 속살을 더듬어 본다


시는 단단한 파인애플처럼
가시 돋은 껍질을 벗겨야 노란 단물이 뚝뚝 떨어지고

어떤 날은
쪼개야 비로소 향을 터뜨리는 은행처럼
침묵 속에서 문득, 눈부신 장면 하나가 솟는다


시는 점점 말을 줄이고
비유는 언어 위에 겹겹이 무늬를 새긴다


지우고 또 쓰고

손끝이 무뎌지도록 써봐도

그 끝에 남는 것이라곤
호주머니 속 쪽지 같은 문장 몇 개뿐이지만


나는 오늘도

단어가 다 식은 페이지를 지나

문장 틈새로 번지는 새벽빛 따라
낙타처럼 언어의 사막을 걷넌다.


-림(20250729)


https://www.youtube.com/watch?v=HP8Pbdo0N7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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