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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 Mar 18. 2024

겨울을 보내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


겨울을 보내며


임현숙



바다를 건너온 봄이

겨울잠이 목마른 내 빈한 뜨락에

바다 빛 수다를 풀어놓는다


지난겨울은  

순결한 눈빛으로 기도를 가르쳤다  

빈 들에서 주린 이를 위하여

눈밭에서 헐벗은 이를 위하여

겨울비처럼 눈물짓는 이를 위하여

다시 드러날 나의 허물을 위하여


지난겨울은 마음 수련원이었다

무언의 회초리로

내 안에 파도치는

노여움과 모난 등성이를 꾸짖어

참 어른다운 자리로 이끌었다 

봄이면 철부지로 되돌아갈 일 

겨울마다 받은 수십 개의 수료증이

마음 벽을 도배한다


이제 돌아갈 때라는 듯

봄의 헛기침이 뒷산의 잔설을 불어 내자 

잰걸음으로 떠나는 겨울 


미련 없이 꽃바람 품에 안기며

겨울의 언어로 배웅한다

다음에도 지엄한 회초리를 기다리겠다고.


-림(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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