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0일 칼럼 기고분)
상담 중 자주 문의되는 것이 명예훼손과 관련된 사건입니다.
대체로 문제 되는 유형은 ① 개인 간 감정적인 다툼으로 인한 허위사실유포, ② 아파트 주민이나 종교단체 등 단체의 내부적인 분쟁을 둘러싸고 벌이는 인신 공방, ③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신문기사나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는 사례, ③ 정치인 등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 ④ 사이버 명예훼손 등이 있으며, 법률적으로는 형사고소 및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절차 등을 통해 처리됩니다.
[사례 1] 뺑덕 엄마는 한마을에 사는 돌쇠 엄마를 이유도 없이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돌쇠 엄마를 착하고 예의 바른 여자라고 생각하고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개울가 빨래터에 마을 아낙들이 모였습니다. 누군가 ‘요즘 돌쇠 엄마한테 좋은 일이 있는지 얼굴이 활짝 핀 것 같애’라고 말하자, 뺑덕 엄마는 기분이 팍 상하면서 던진 말이 ‘돌쇠 엄마, 애인 생겼잖아. 자기들 몰랐어?’라고 있지도 않은 말을 합니다. 주위에서는 ‘사실이야? 누군데?’를 연발하고, 몇몇은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앉는다더니~’라며 호응을 합니다. 뺑덕 엄마는 내친 김에 ‘내가 돌쇠 엄마하고 아랫 동네 감나무집 총각하고 물레방앗간에서 만나는 걸 봤다니까’라고 말을 던지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돌쇠 엄마가 마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자 흥이 난 뺑덕 엄마는 깊은 밤 자시 마을 어귀 담벼락에 ‘돌쇠 어미하고 아랫동네 X총각하고 얼레리 꼴레리 했대요’라고 방을 붙여놓기까지 했습니다. 다음 날 마을 회보에는 ‘돌쇠 맘,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1면 탑 기사로 실렸습니다. 돌쇠 엄마는 남편의 의심까지 받아 매까지 맞고 집에서 쫓겨날 판이 되었기에 그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을 원님을 찾아가, ① 뺑덕어멈과 마을 회보를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고(형사고소), ② 앞으로 헛소문을 퍼뜨리지 말 것(명예훼손금지청구)과 사죄문을 교부할 것(회복처분), 그리고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로 백미 1000가마를 지급하라(손해배상)는 소장을 냈습니다.
[사례 2] L건설사는 W은행을 통하여 5~6개월간 1800억 원가량의 기업어음(CP) 판매를 위탁하였습니다. 판매위탁 초기 W은행은 L건설사로부터 ‘그룹 차원에서 건설사를 지원할 계획이며, PF대출기간 연장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자회사인 L손해보험에서 자금 지원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답변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은행 직원들은 그 말을 믿고 투자자들에게 건설사 CP를 판매하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L건설사는 그룹 차원의 지원은 전혀 받지도 않은 채 기업회생신청을 하기에 이르러 사실상 투자자들이 매입한 CP는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A신문의 기자 甲은 자신의 인터넷 공개 블로그에 ‘L그룹의 꼼수’라는 제목으로 ‘L그룹은 CP 판매 초기부터 건설사 운영으로 인한 손해를 일반국민에게 전가하기 위하여 사기판매에 나선 것이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습니다. 甲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소정의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처벌될까요.
명예훼손으로 인정되어 민형사상의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선 3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① 첫째는 ‘의견 또는 논평’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사실 적시’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입니다. 판례는 명예훼손은 원칙적으로 사실 적시가 필요하다면서 단순한 의견표명에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대체로 명예훼손행위에서 배제시킵니다. 이점에서 위 [사례 2]의 경우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한 다음 그에 대한 甲의 비평을 내용으로 한 것이라면 처벌되기 어렵습니다.
② 두 번째,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냐 허위이냐 하는 것입니다. [사례 1]과 같이 뺑덕 엄마가 적시한 사실이 허위라면 민형사적으로 더욱 가중되어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여기서 일반인들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는데, 유포한 사실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명예훼손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즉, 명예훼손법이 보호하는 법익은 ‘사회적 명예’이기 때문에, 진실된 사실로 인하여 사회적 평가를 훼손시켰더라도 일응 명예훼손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③ 마지막으로, 적시한 사실이 결과적으로는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이 허위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나름대로 적절한 조사를 시행하였고 비방의 목적이 아니었다면, 사회적으로 용인된 행위로 보아 위법성이 조각되어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명예훼손의 성립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표현, 언론․출판의 자유’ 간의 충돌 문제입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법원은 전항의 손해배상을 정기금채무로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
제764조(명예훼손의 경우의 특칙)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08조(사자의 명예훼손)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09조(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제1항의 방법으로 제307조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