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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Oct 25. 2017

120 보이스피싱

(2012년 3월 19일 칼럼 기고분)


피싱(Pfishing)은 비밀번호(Password)와 낚시(fishing)의 합성어입니다. 


보이스피싱을 당하거나 당할 뻔했다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됩니다. 

A는 중국에 유학 보낸 딸의 이름을 대며 ‘현지 납치되었으니 돈을 보내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고, B는 학교에 간 중학생 아들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아들을 납치했으니 2,000만 원을 보내라.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송금할 때까지 전화를 끊으면 아들을 죽이겠다.’라고 하더랍니다. 

그 사이 A의 딸은 중국에 같이 체류 중이던 친구를 통해 부모에게 안부확인을 해주었고, B의 아들은 핸드폰 반납하고 수업받으면서 졸고 있다가 교무실 연락받고 깜짝 놀라 깼다고 합니다. 결국 제가 들은 보이스피싱 경험담의 부모들은 긴장감 속에서 나름대로 기지를 발휘하여 손해를 모면하였으나,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고 하네요. 




수법


피싱 사기범은 ‘검찰 수사관인데, 은행 직원이 당신 명의로 부정대출을 하여 조사 중이다. 일단 문제된 계좌의 예금잔액을 내가 지정하는 안전한 계좌로 송금해라.’라고 수사관을 가장하기도 합니다. 약간 변형하면 ‘당신의 계좌가 범죄조직에 이용되고 있으니 범죄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불러달다’고 한 다음 당해 금융정보를 이용해 피해자 명의의 카드대출을 일으켜 범죄자금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송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물론 위 사례에서와 같이 납치 등 급박한 상황을 가장하는 예도 많았습니다. 


기타 대출 등 금융기관의 업무에 관한 절차라거나, 본인인증이 필요하다거나, 경품 당첨되었다는 등으로 기망함으로써 수신인이 쉽게 발신인의 신분을 신뢰하고 자신의 인증번호나 신용카드번호, 계좌번호 등 금융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여 현금을 편취하거나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위장된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의 웹사이트나 전자메일로 현혹하여 가짜 사이트를 통해 취득한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계좌를 직접 조작하여 송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거래를 가장한 다음 금융기관의 문자처럼 속여 입금 확인 메세지를 보내는데, 예를 들어 24만 원 거래라면 SMS 문자메세지로 ‘[00 은행] 240만 원 입금’이라 보내는 것이지요. 그 후로 ‘잘못 입금되었으니 차액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역할 분담


보이스피싱 사기단도 나름대로 사업의 일종이니 만큼, 초기 투자가 들어갈 수도 있고 조직을 꾸리기도 하며 성과급을 통해 불법이익을 배분하기도 합니다. 


사기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는 것인데, 보이스피싱 사기단에서 사람을 기망하는 역할은 ‘콜센터’가 담당하게 되고, 재물을 편취하는 역할은 ‘인출팀’이 담당합니다. 이때 사기단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서 ‘대포통장’을 수집하는 역할이 추가되고, 기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무작위 전화연락보다는 해킹이나 피싱, 개인정보 매수 등을 통해 대상자의 신상정보 등을 알아낸 다음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게 됩니다. 


피싱 사기단에서 ‘대포통장’이 필수적인데, 건당 10~15만 원선에서 통장 및 카드 매수대금이 결정됩니다. 수년 전에는 일반인으로부터 통장을 매수하기도 하였으나, 보이스피싱이 많이 알려지면서 신용불량자나 노숙자에게 접근하기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미성년자에게 알바하라며 미끼를 던지기도 합니다. 


어떤 조직은 통장 매수대금을 아낄 생각까지 합니다. 최근 ‘농협 캐피털 사칭 사건’처럼 실존 은행 직원의 명의를 도용하여 무작위로 전화하거나 상담하면서 ‘대출해 줄 테니 통장 하나 만들어서 현금카드와 비밀번호를 전달해라. 대출금 넣고 돌려주겠다’고 속여 취득한 카드를 인출용 카드로 사용한 사례가 그러한 예입니다. 


대포통장 수집책은 모은 통장을 택배나 인편을 통해 국내 관리책에게, 국내 관리책은 인출팀에게 전달합니다. 인출팀은 현금인출기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대포폰으로 송금이나 이체 연락을 받고 대체로 5분 내 인출하게 됩니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인출팀이 가장 문제입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고 했던가요. 콜센터에서 공들여 작업해서 대포통장 송금까지 성공했는데, 인출팀이 딴 맘먹고 먹튀 한다면 총책이나 콜센터는 헛일한 것이 되겠지요. 반면 인출팀은 오프라인 인출 과정에서 신원 노출의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책은 인출팀에 대해서는 편취액의 10% 상당의 성과급을 걸어놓고 어르고 달래고 협박도 섞어 가면서 관리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중국이나 대만 등 폭력조직이 자국 내에서 콜센터 역할을 하는 조선족을 고용하고, 국내 체류 외국인을 인출팀으로 꾸려 현금지급기에서 인출한 돈을 환전상을 통해 외국으로 빼돌리는 경우가 주종이었는데, 최근에는 한국어를 유창히 하는 외국계 사기조직이나 국내 자생조직(대학생 방학 해외연수팀 등)도 많아졌습니다. 



관련자 책임과 피해구제


보이스피싱을 계획하거나 역할을 분담하여 실행한 자들은 사기나 사기방조죄,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통장, 현금카드 양도) 등으로 처벌받습니다. 


통장을 양도한 자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는지는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사정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인정 : 부산지법 2008고단2189, 부정 : 원주지원 2007고단497). 


피싱 피해자가 민사적으로 피해 회복할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① 은행에 조속히 지급정지 신청하여 사기조직이 인출해가지 못한 경우 예금주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2011. 9. 30.부터 시행됨에 따라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 피해금을 신속히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② 피해자는 사기단 총책이나 인출책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도 있으나, 일단 신원을 알 수 있는 자는 사기이용계좌 예금주입니다. 신용불량자나 노숙자라면 판결을 받는 의미가 거의 없겠으나, 대포통장 양도인을 상대로 소송을 할 경우 피해자의 과실은 50~70% 정도에서 정해집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1. 3. 28. 선고 2010가단50237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0. 12. 9. 선고 2010나19348 판결, 울산지방법원 2011. 7.12. 선고 2010가단40177 판결 등). 


[참고] 악성코드에 감염된 PC를 조작해 이용자가 인터넷 '즐겨찾기' 또는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하여 금융회사 등의 정상적인 홈페이지 주소로 접속하여도 피싱사이트로 유도되어 범죄자가 개인 금융 정보 등을 몰래 빼가는 수법을 파밍(Pharming)이라고 하며,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아지자 휴대폰 문자메세지를 이용해 게임머니 결제, 쿠폰 발급, 명의도용 대출 등이 발생한 것으로 통보한 다음 유인 사이트에 접속하면 자동 결제되게끔 하는 방식의 스미싱(Smishing)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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