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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Oct 25. 2017

119 기획 부동산

(2010년 7월 11일 칼럼 기고분)

[표지 : 국토부 자료]


얼마 전, 중앙일간지에 ‘개발호재가 있는 전원주택부지’라고 광고를 하여 투자자를 모집한 결과, 신문광고를 보고 찾아온 42명으로부터 약 16억 원을 가로챈 기획부동산업자가 사기죄로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이 산 땅은 경기도 양평에 소재한 ‘평균경사도 30도 이상’의 보전임지로서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 28만 평이었고, 기획부동산업자는 이러한 땅을 488개의 필지로 가분할하여 그럴듯하게 조감도를 보여주며 분양대금을 편취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 사지 않으면 상한가 직행


‘개발호재’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합니다.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더 큰 전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호재를 들은 사람들의 마음은 조급해지고, 조급한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립니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루어지는 지역에 대중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게 됩니다. 


물론 대규모 개발(신도시, 산업단지, 대규모 택지․상가․테마파크 개발 등)의 대상 지역은 국가나 지자체, 공기업, 대기업 등이 추진하고, 직간접적으로 그 개발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주변지역은 미리 선점한 세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본이나 세력이 약한 기획부동산업자는 당해 개발호재를 활용하여 당장에 쓸모없는 땅을 대상으로 작은 단위의 테마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 전형적인 유형이 바로 ‘전원주택단지’, ‘타운하우스’ 등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쓸모없고 값싼 임야를 주된 작업 대상으로 삼는데 일단 토지부터 매수해 놓고 전매할지 아니면 집을 지어 팔 지 나중에 생각하라고 합니다.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면 사람들이 모이고 그 사람들이 지낼 집이 필요한데 '웰빙 시대인 만큼 자연에 벗한 주거지가 대세'라는 식으로 설명하지요.  호재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그들이 살 집이 필요한데, 업자의 입장에서는 대규모 공공주택 개발사업을 시행할 수는 없으니 단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소규모 주택 신축사업으로 테마의 방향을 잡게 되는 것인 데다가, 소규모 주택 건축허가는 규제만 풀리면 비교적 그 개발이 어렵지 않은 관계로 최종적인 테마의 주제는 십중팔구 ‘전원주택’ 또는 ‘근린생활주택’ 등으로 완성되는 것이죠.



2005년 평창 올림픽 테마의 실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었습니다.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65조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치 확정 소식을 들으면서 예전의 사건 하나가 떠오르더군요. 2005년경 다수의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테마로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 임야를 작업하여 팔아넘겼는데, 상담자는 그중 한 기획 부동산 업체에 3억 가까운 돈을 투입했지만 오랜 기간 동계올림픽 유치도 실패로 돌아갔으며, 돈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남은 거라곤 쓸모없는 임야에 남아 있는 지분 등기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러한 기획 부동산의 경우 대부분 토지분할허가를 받을 수 없어 피해자들은 공유지분 형태로 구입하게 되어 개별적 권리행사가 어렵습니다. 당초 약속했던 개발계획이 지연되어도 해약이 어렵거나 해약을 위해서는 위약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기획부동산에서 개별등기에 대한 '변호사 또는 법무사 확약서'를 발급하여 준다고 현혹하는데, 그러한 확약서는 등기절차에 있어 '공유물 분할 협의 신청이 완료되어야만 해준다'는 하나의 의사표시에 불과할 뿐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지금은 법원의 공유물 분할판결이나 당사자 전원에 의한 제소전 화해가 있더라도 행정당국에서 토지분할에 관한 개발행위허가를 해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획부동산의 쪼개기 방지] 국토계획법상 토지분할 허가제도의 취지ㆍ목적, 개발행위허가권자의 재량권의 범위, 지적에 관한 법률 규정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개발행위허가권자는 신청인이 토지분할 허가신청을 하면서 공유물분할 판결 등의 확정판결을 제출하더라도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개발행위 허가 기준 등을 고려하여 거부처분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처분이 공유물분할 판결의 효력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3두1621 판결).



‘기획’의 신기술


신문광고나 무작위 전화통화(텔레마케팅)를 매개로 한 방법이 과거의 수법이었다면, 수년 전부터는 다단계 방식을 도입하는 등 다양하게 진화되고 있습니다. 다단계 수법은 기획부동산 업자가 전면에 나서지 않습니다. 작업 토지의 일정 부분을 중간단계 업자들에게 배당하고, 중간업자는 ‘부동산을 배우며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채용광고를 내어 명예퇴직자, 구직 청년, 가정주부를 현혹합니다. 고액의 성과급을 주겠다고 하며 교육을 통해 매수를 강요하고 나아가 친인척이나 지인들에게 매입 권유하게 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사기’ 임이 밝혀져도 피해자는 그 부동산업체의 직원인 친인척, 지인까지 공범으로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쉽사리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못하는 점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펀드식 투자자 모집(동남아 등 해외부동산투자 포함), 도심지개발정보 허위유포 등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간혹 기획부동산 업체를 통해 투자해보고 싶다 하더라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는 사전예방이 중요한 만큼, 현장방문, 지적도나 등기부 등 각종 공적장부 열람은 필수적이며, 회사의 법인등기부나 시도별 한국토지정보시스템(KLIS) 홈페이지에서 사무실 주소, 연락처, 과태료, 행정처분, 사업실적 등 부동산 개발업체의 정보 등을 확인해 봐야 합니다. 


내실이 없는 사람들이 외적인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죠. 사주나 총책은 하급 직원들이 알아서 호갱을 불러들이도록 자신을 과장합니다. 외제차에 명품을 두르고 번듯한 강남 오피스 하나를 임대해 둡니다. 학벌도 대학 부설 CEO과정 등을 통해 대충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습니다.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이렇게 얘기하죠. "우린 기획부동산이 아닙니다. 우리 사장님, 말만 해도 다 아는 MBA 나와 돈 없는 서민들과 더불어 잘 사는 공동체를 만드시려고 꿈꾸시는 분이세요."


조언을 드리자면 ‘분할등기 책임’, '공유등기'란 말이 나오거나 ‘다단계’ 비슷한 느낌이 나면 아예 발을 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돈 있으면 부모님 보일러 놔 드리거나, 얘들 앞으로 우량주식이나 사 두시길 바랍니다.  


만에 하나 그 업체의 말대로 10배 수익이 난다고 해도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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