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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Oct 25. 2017

118 반달, 건달 전성시대

(2012년 5월 21일 칼럼 기고분)

[표지 :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스틸 컷]


지난달 말 영화부문 백상예술대상의 영예는 ‘범죄와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에게 돌아갔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80년경부터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선포를 전후한 시기, 부산 뒷골목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흥행때문이었을까요? 정부는 지난달 17일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번 달 31일까지 검경, 국세청, 금감원 등 관계부처와 합동하여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한 집중단속 및 피해신고 접수(신고전화 1332나 112, 인터넷 금감원․서민금융 119 등)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집중단속대상은 ① 등록 대부업체의 경우, 대부업법상 최고이자 39% 제한을 위반한 불법 고금리 대부, ② 무등록 대부업․사채업자의 경우,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 30% 제한을 위반한 불법 고금리 사채, ③ 폭행, 협박, 심야 방문·전화 등 불법 채권추심, ④ 기타 대출사기, 보이스피싱, 불법광고 등 불법사금융 행위입니다.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한 달이 지난 5월 17일 현재 피해신고 접수건수는 2만 5,000여 건에 이른다고 하며, 정부는 법률구조공단을 통하여 채무부존재, 법정금리 초과 부분 반환, 손해배상 등의 피해구제절차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사금융 관련법


이자제한법이나 대부업법에서는 고금리 사채를 방지하기 위해 이자율의 제한을 두었습니다. 정리해보면, 현재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자는 연 30%까지, 대부업 등록사업자는 연 39%까지입니다. 2007년 이자제한법 부활 이후 점차 제한이율을 낮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7. 10. 기준으로는 연 25%, 연 27.9%)


[코멘트] 법정 최고 이자율과 관련하여, 대부업체의 경우 ‘대부업법 시행령’에 따라 2002. 10. 28. 제정 시 66%, 2007. 10. 4.자 개정으로 49%, 2010. 7. 21.자 개정으로 44%, 2011. 6. 27.자 개정으로 39%, 2014. 4. 1.자 개정으로 34.9%, 2017. 8. 29.자 개정으로 27.9%로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일반 사인 간의 금전대여에 있어서는 과거 IMF 이후 폐지되었던 이자제한법이 2007. 6. 30. 부활하여 연 30%로 정하였으나, 2014. 7. 15.부터는 연 25%(통상 월 2부 정도)로 낮추었습니다.


하지만, 입법부의 금융소비자에 대한 친절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월 10부(10%) 이상의 사채가 버젓이 존재합니다. ‘복리’에 ‘꺾기’까지 이자는 이자를 낳으니, 상환해야 할 돈이 원금의 5배, 10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물론 대부업법상으로는 고리사채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법 제19조).  한편, 대부업자는 폭력․불법추심 전과자 등을 직원으로 고용할 수 없으며, 채무자에 대한 폭행, 협박뿐 아니라, 채무자의 관계인에 대하여 채무를 허위로 고지하거나, 전화연락, 방문 등으로 공포심,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까지 금지됩니다(법 제9조의 5, 제10조). 또한 대부등록 여부를 불문하고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채권추심에 있어 폭력, 협박, 공포 불안감 조성 등의 금지행위를 한다면 사안에 따라 5년~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2009년 8월 시행). 


금번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에서 정부가 강조하는 부분 중의 하나는 바로, 세금 문제입니다. 경찰서나 검찰에서 형사건으로 문제 되면 바지사장 세우듯 대타를 세우던가, 얼마간의 푼돈으로 때우면 되지만, 불법사채나 추심을 통해 장롱 속에 넣은 돈, 차명으로 돌린 돈이 세금 문제로 적발될 경우에는 ‘돈’을 사랑하는 사장님들의 마음이 타들어가겠지요. 


아무튼 정부는 불법사채 단속과는 별도로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을 통해 3조 원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하는데, 불법사금융의 활개는 사회 양극화, 청년실업, 제도금융권의 높은 문턱 등 그 원인이 복합적이기에 언발에 오줌누기식인가 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돈놀이


자본가는 자신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자산(돈, 부동산, 주식 등)이 알아서 돈을 벌어다 주고, 노동자는 자신이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시대에 당신은 자본가로 살 것입니까 아니면 노동자로 살 것입니까? 

예전 사람들은 부르주아/프롤레타리아 생각이 나서 선뜻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요즘 사람들은 눈치도 보지 않고 자본가, 즉 부자가 되길 원한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현실이 쉽지 않을 뿐이지요. 


외형상으로나마 합법적으로 돈 놓고 돈 먹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돈을 빌려주고 이자나 이권을 잔뜩 땡기거나,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되거나, 한 발 더 나아가 기왕 할 거 인허가 로비로 대규모 개발 성사시키면 인생 한 방이겠죠.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우량기업에 2~3년 장담그듯 진득하게 기다리기 어려우니 아예 작전 세력이 되거나 이와 결탁하여 6개월이나 1년 안에 승부 보려 할 수도 있겠지요. 


그중에서 기초되는 스텝 1은 시장통 돼지엄마들도 한다는 돈놀이. 일수놀이인데, 규모가 좀 되는 쩐주가 끼면 대부업이나 신용정보회사 간판을 걸고 합니다. 하이-리스크의 사업을 통해 최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그 위험(손실, 미회수)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때 폭력배가 개입되기 십상입니다. 때로는 경매컨설팅 또는 법무사무소 측 사람과 짜고 채무자의 재산을 경매 등으로 탈취해오기도 합니다. 스텝 2 또는 3 단계가 되면 코스닥 상장회사나 일반 중소기업에 돈을 융통해 주고 사채를 빌미로 경영권 탈취하고 유인성 공시로 주가 조작하던지 회사 돈 빼돌려 재미를 보기도 합니다(물론 쇠고랑차는 건 다른 자들의 몫이지요). 



건달, 반달


돈만 있다고 해서 돈 놓고 돈 먹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돈 되는 일에 주먹 쓰는 사람만 몰리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단속 여부를 알려주는 경찰도 심어 두면 좋고, 호형호제하며 세상이 우리 것이라고 술 한잔 기울일 만한 검사도 친해 두면 좋고, 인허가 화끈하게 내 줄 공무원도 있으면 두루두루 살기 좋은 것이지요.  


둘러보면 좋은 집에 살면서 좋은 차 타고 다니는 사장님일 수도 있습니다. 인상 좋은 경찰 아저씨, 뉴스 브리핑에서 정의를 외치는 검사 양반일 수도 있고, 올해의 우수 공무원 표창을 받은 능력 있는 팀장님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표현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건달보다 더 심한 것이 반달’이라 했던가요. 

건달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간인도 아닌 자, 그래서 그 중간(半)인 반달.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근 30년이 지난 지금도 "주먹 쓰는 나쁜 놈", "머리 쓰는 나쁜 놈"은 유행따라 변해 가네요.


나쁜 놈들, 나쁜 분들 전성시대는 언제 막을 내리려나요? 

아니 막이 내려지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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