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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Nov 09. 2017

205 종중 이야기

(2009년 6월 1일 칼럼 기고분)

신도시 개발이나 지방의 도시개발이 진행되면 될수록 많이 발생하였던 사건이 바로 ‘종중 소송’이라 할 수 있는데, 주로 예전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시골의 한적한 땅에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거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거나 하여 거액의 보상금이 나오면서 친인척 간에 다툼이 생기는 모습으로 발현됩니다. 



             

종중(宗中)의 개념과 범위


‘종중’이란 종법제의 본산지인 중국에서는 근현대를 거치면서 공산주의의 영향 등으로 이미 소멸한 단체입니다. 하지만 한중일 한자 비교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나듯이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이후로 아직도 존재하고 있으며 판례법상으로까지 규율되고 있습니다. 


원리원칙을 고수할 것 같은 나라는요? (한중일 한자 비교)


종중의 개념에 대하여 판례는 "공동선조의 분묘수호, 제사봉행, 종원 상호 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 선조의 후손 중 성년 이상의 남녀를 종원으로 하여 구성되는 종족의 자연적 집단"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종원의 범위에 대해서는 얼마 전까지 성인 남성에 국한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었는데 최근 ‘여성도 종중원의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성인 여성에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여자라 해서 더 이상 출가외인이 아닌 것이지요.


주자가례에 따르면 여성이 종원이란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관습상 내려오는 종중 자체의 단체성은 인정하되 그 권리관계에 대해서는 전근대적인 원리원칙을 고수하지 않고 현대화시켜 변경하겠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었던 것입니다. 


한편, 종중은 별도의 조직행위 없이 관습상 생존하는 후손들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구성․성립하는 것이므로 공동 선조를 누구로 정하느냐에 따라 대종중·소종중 등으로 다층적(多層的)으로 성립되며, 때에 따라 엄밀한 의미의 종중은 아니나 종중유사단체로서의 '통합종중'이나 '지역종중'으로 합병 또는 분할되기도 합니다.


① 종중이라 함은 원래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이상의 남자를 종원으로 하여 구성되는 종족의 자연발생적 집단으로서 그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그 자손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그 성립을 위하여 특별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그 목적인 공동선조의 분묘 수호, 제사 봉행, 종원 상호 간의 친목을 위한 활동을 규율하기 위하여 규약을 정하는 경우가 있고, 또 대외적인 행위를 할 때에는 대표자를 정할 필요가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며, 반드시 특정한 명칭의 사용 및 서면화된 종중규약이 있어야 하거나 종중의 대표자가 계속하여 선임되어 있는 등 조직을 갖추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1997. 10. 10. 선고 95다44283 판결).

②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중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단체로서 특별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공동선조를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종중 안에 무수한 소종중이 있을수 있으므로, 어느 종중을 특정하고 그 실체를 파악함에 있어서는 그 종중의 공동선조가 누구인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4165 판결).

③ 고유한 의미의 종중은 공동선조의 후손들에 의하여 그 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후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형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단체로서 그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그 자손에 의하여 성립하므로, 같은 혈족이지만 공동선조를 달리 하던 별개의 소종중이 통합하여 새로 구성된 종족집단으로서의 통합종중은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 아니긴 하지만 그 단체로서의 실체를 인정할 수 있을 경우에는 종중 유사의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서 단체성만을 인정할 수 있고, 그 경우에도 자연발생적 집단으로서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자손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하는 고유한 의미의 종중인 통합 전 소종중의 객관적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다41567 판결).

④ 본래 종중은 공동선조의 후손들에 의하여 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후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형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단체로서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자손에 의하여 성립되는 것이므로 후손 중 특정지역 거주자나 특정범위 내의 자들만으로 구성된 종중이란 있을 수 없지만, 다만 특정지역 거주자나 특정범위 내의 자들만으로 분묘수호와 제사 및 친목도모를 위한 조직체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어 단체로서의 실체를 인정할 수 있을 경우에는 본래의 의미의 종중은 아니나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서의 단체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다45378 판결).



종중의 유래

'3대 봉사', '4대 봉사'라는 말 들어보셨죠?


증조부모 제사까지 모시는 걸 '3대 봉사[奉祀=奉祭祀(봉제사)]', 고조부모 제사까지 모시는 걸 '4대 봉사'라고 하는데, 조선시대 이후로 내려오는 양반집 제사관습은 ‘4대 봉사’ 즉 고조부모까지의 기일 제사는 집에서 모시되, 현손이 모두 사망하여 집에서 기일 제사를 모실 수 없게 되면 그때야 비로소 선조의 묘전에 모여 한꺼번에 시향(시제, 묘제 등)을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국가에 특별한 공훈이 있어 왕으로부터 불천지위(不遷之位)의 특전을 받은 선조는 4대가 지나간 후에도 백세토록 집에서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임경업장군 무신도> 일부 선조는 가문을 초월하여 신격화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같은 고조부모의 제사를 한집에서 같이 모시게 되는 사이인 8촌까지는 법적 친족관계인 유복친이 되며 그 사이를 통상 「당내간」이라고 하여 한집안으로 여겼고, 8촌을 벗어나서 공동선조의 묘전에서 시향을 지내는 사이를 「문인 또는 종인 (일가)」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렇듯 시향을 지내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종중’이었기 때문에 시향의 전제로 공동시조로부터 5대가 채워지기 전에는 관습상의 종중이 발생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습과 달리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판례법상으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 자식들로 구성된 종중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다고 하여 대수(代數)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부친을 시조로 하여 그 자녀들로 구성된 종중’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4. 11. 11. 선고 94다17772 판결 등). 


유학자들 생각에는 <그 판사들은 대체 어느 근본도 없는 집안 사람이냐?>며 따져 묻겠지만, 어떻든 판례법리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부모-자식 1대면 상속이나 상속재단 문제로 해결해도 될 것을 굳이 종중이란 개념까지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에 유력설에 따르면 식민지 시대 일제가 조선인 가문 내부의 갈등을 조장하고자 대수에 제한이 없다는 법리를 만들었다고 하며(중추원 허위 관습보고), 실무에서도 '부친 시조 종중'은 친형제자매들 간의 분쟁을 직접 야기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종중 관련 부동산 소송의 유형


단체인 종중이 부동산을 소유하게 되는 경위는, 공동시조가 국가로부터 하사 받은 부동산(주로 임야)을 수대에 걸쳐 이어오면서 현재의 법제도처럼 그 상속인들이 연쇄적으로 공유하지 않고 그 후손으로 이루어진 종중 자체의 소유로 이어진 것이 있을 수 있고, 종중의 특별한 목적을 위하여 동시대의 종원들이 자금을 갹출하여 새로이 부동산을 매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근대적 의미에서의 ‘중종재산’이란 종중이 그의 본래 목적인 공동선조의 제사와 분묘의 수호·관리 등을 위하여 소유하는 재산으로, 주로 묘산 또는 종산과 위토답 등을 의미한다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부동산등기제도가 처음 시행되던 일제시대에는 종중명의로 등기하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종중재산에 대하여 종손이나 종중의 유력인사 2, 3인의 명의로 등기하는 것이 통례였고, 1930년 조선부동산등기령 개정을 통하여 종중·문중 명의로 등기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실제로는 종손이나 종중의 유력인사 명의로 등기하는 일이 많았고 심지어는 종중재산의 처분을 두려워하여 허무인의 명의로 등기한 예까지도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소송의 유형은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은 종중소유로서 몇몇 종중원들에게 명의신탁하였던 것인데 종중명의를 되찾기 위한 사례이든지, 실제로는 개인 소유 부동산인데 종중 소유임을 주장하며 종중을 급조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사례입니다. 


① 첫 번째 유형의 소송에서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8조에서 종중의 명의신탁은 유효하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으므로 오랫동안 종중이 존재해왔고 대상 부동산이 묘산이나 위토답이라면 마땅히 종중이 승소하여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사례에서는 절차적인 요건을 구비하지 못해 패소하는 사례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즉,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등기명의를 종중명의로 되찾기 위해서는 적법한 대표자가 종중총회를 개최하여 의결하여야 하는데, 종중이란 자연발생적인 단체이다 보니 종중이 오래되고 공동시조의 대수가 많아질수록 종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종중원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출한 대표자도 대표권을 인정받기 어려워 소각하 판결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총회를 열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종원에서 소집통지를 하여야 하는데, 최근에는 출가한 성인여성까지도 통지를 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종중은 소송을 위하여 절차적 요건을 갖추다가 지쳐서 두 손을 들기도 합니다. 또한 지역종중 등 종중유사단체의 경우에는 그 실체와 부동산에 대한 권리관계를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② 두 번째 유형의 소송은 실제로는 형제자매 중 1인이 자신이 출연한 돈으로 땅을 사서 선친들을 모셨는데, 그 자손 중 일부가 등기명의인을 배제하고 종중을 만들어 선친이 그 1인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며 급조된 종중에 소유권을 넘기라는 식으로 진행되는 소송으로 종종 접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참고로, 이러한 분쟁 현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법인등기부를 만드는 것처럼 ‘종중 등기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종중재산처분과 관련하여서는 주무관청이나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여 공적인 규제를 하여야 한다는 입법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1] [다수의견] 종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만 제한하고 여성에게는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 관습에 대하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법적 확신은 상당 부분 흔들리거나 약화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우리의 전체 법질서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가족 내의 실질적인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아니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남녀평등의 원칙은 더욱 강화될 것인바,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형성되는 종족단체로서 공동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그 후손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하는 것임에도,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자만을 종중의 구성원으로 하고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종래의 관습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 등 종중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만에 의하여 생래적으로 부여하거나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이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은 이제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별개의견] 남계혈족 중심의 사고가 재음미·재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수긍한다 하더라도 종중의 시조 또는 중시조가 남자임을 고려할 때, 종중에 있어서의 남녀평등의 관철의 범위와 한계에 대하여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특히 종중은 다른 나라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에 독특한 전통의 산물이므로, 헌법 제9조 에 비추어 우리의 전통문화가 현대의 법질서와 조화되면서 계승·발전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인바, 고유한 의미의 종중에 있어서 종원의 가장 주요한 임무는 공동선조에 대한 제사를 계속 실천하는 일이고, 따라서 종원은 기제·묘제의 제수, 제기 구입, 묘산·선영 수호, 제각 수리 등을 비롯한 제사에 소요되는 물자를 조달·부담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으며, 종원의 이러한 부담행위는 법률적으로 강제되는 것이 아니고 도덕적·윤리적 의무에 불과하여, 그들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는 바가 없었으므로 법률이 간섭하지 않더라도 무방하다고 보기 때문에 종래의 관습법상 성년 남자는 그 의사와 관계없이 종중 구성원이 된다고 하는 부분은 현재로서는 문제될 것이 없고, 결국 관습법과 전통의 힘에 의하여 종래의 종중관습법 중 아직까지는 용인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그러한 바탕 없이 새롭게 창설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서까지 다수의견이 남녀평등의 원칙을 문자 그대로 관철하려는 것은 너무 기계적이어서 찬성할 수 없다. 

[2] [다수의견]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여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므로, 종중의 이러한 목적과 본질에 비추어 볼 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 

[별개의견] 일반적으로 어떤 사적 자치단체의 구성원의 자격을 인정함에 있어서 구성원으로 포괄되는 자의 신념이나 의사에 관계없이 인위적·강제적으로 누구든지 구성원으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조리는 존재할 수 없으며 존재하여서도 안 되는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결사의 자유는 자연인과 법인 등에 대한 개인적 자유권이며, 동시에 결사의 성립과 존속에 대한 결사제도의 보장을 뜻하는 것이고, 그 구체적 내용으로서는 조직강제나 강제적·자동적 가입의 금지, 즉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을 말하며, 특히 종중에서와 같이 개인의 양심의 자유·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사법적(私法的) 결사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는 점 등에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조리에 따라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반대하고, 성년 여자가 종중에의 가입의사를 표명한 경우 그 성년 여자가 당해 종중 시조의 후손이 아니라는 등 그 가입을 거부할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이상 가입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종중 구성원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별개의견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종중 구성원이 되는 점에 대하여 결사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등을 들어서 부당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종중의 본질과 종중이 통상적인 사단법인 또는 비법인사단과 구별되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일 뿐만 아니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종중 구성원이 되는 점이 왜 성년 남자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고 성년 여성에게만 문제가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고, 성별에 의하여 종원 자격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정당성과 합리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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