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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Nov 09. 2017

204 부동산 등기부 1장 속의 역사

(2011년 11월 18일 칼럼 기고분)

[표지 : <그것이 알고 싶다> '윤동주, 그 죽음의 미스터리'편]


부동산 등기부를 보면 우리나라 지난 100여 년 동안의 역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분이 “현재 종중원 중 한 명이 종중을 대신해서 전답을 경작하고 있는데, 부동산 명의가 창씨개명된 과거 종중원들 이름이고, 더구나 농지여서 종중 명의로 이전 처리하는 것이 곤란하다”며 상담을 의뢰했습니다. 

등기부를 보자 하니 창씨개명된 이름(예컨대, 송촌광수, 송촌광일 등 일본식 이름)의 4명 공유로 되어 있고, 소유권 이전일자는 1940년대였습니다. 




신분등록제도의 연혁과 창씨개명


우리나라는 1896년 갑오개혁의 일환으로 근대적인 호구조사제도가 실시되었고, 1909년 민적법을 거쳐, 일제하 1922년 조선호적령을 통해 신고주의 신분등록제도인 호적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다만, 일제가 민족말살정책을 쓰던 1940~1945년 사이 조선인들은 일본식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강요당했는데, 의뢰인의 사례는 바로 이 시기에 종중이 땅을 사면서 종중원들 일부 명의로 매수하였기 때문에 창씨개명된 이름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왔던 것입니다. 


물론,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은 1910년부터, 임야조사사업은 1917년부터 30년대까지 진행되었기 때문에 토지․임야조사 당시 종중이 종중원들 중 일부 명의로 사정을 받았거나 창씨개명 기간 이전에 거래하였다면 조선인의 이름 그대로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식 이름이긴 하지만 조선인임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선친들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이지, 실제 일본인이거나 일본국의 소유였다면 광복 이후 ‘귀속재산’으로서 국가가 전부 몰수해갔을 것입니다. 따라서, 제적등본상 이름, 등기 명의자의 주소, 창씨개명 사실 등을 밝히면 선친의 재산이라는 점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코멘트] 일제시대 가장 치욕적인 역사라고 하는 창씨개명의 유형을 보자면, ① ‘김영준’을 그대로 ‘김영준’으로 하되 씨를 ‘김영’으로, 이름을 ‘준’으로 하는 경우, ② 본(本貫)과 성을 이용하여, 안동‘권’씨를 ‘안동’으로, 경주‘김’씨를 ‘경김’또는 ‘김경’으로 본 자체를 씨로 쓰거나, 본과 성을 결합하는 경우, ③ 조상의 근원을 탐구하여 ‘정’씨를 ‘다산(정약용)’이나 ‘포은(정몽주)’으로 쓰는 경우, ④ ‘李’를 ‘木子’, ‘崔’을 ‘佳山’으로 분해하는 경우, ⑤ 기타 犬子 등 친일적, 저항적 의지를 자신의 창씨에 반영하는 경우 등이 있었습니다.    




종중의 부동산 명의신탁과 허무인 등기 사례


의뢰인 왈, ‘선친들 4명 중 1명의 신원은 전혀 알 수 없다’고 하는데, 허무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1912년의 토지조사령, 1918년의 임야조사령 시행 당시 종중 명의로 등기할 수 있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종중원 대표 또는 종중원 수인 명의로 등기하였고(명의신탁), 비록 1930년 조선부동산등기령을 통해 종중 명의의 등기가 허용되었더라도 종중 명의로 바꾸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이에 중중 대표나 일부 종중원의 임의처분 등을 막기 위해 종중 대신 시조의 묘 ‘권태릉’이나, 종중약자 ‘이청계(경주이씨청계공파)’등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종중원 일부를 가공의 인물로 등기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신원불상의 1인은 바로 그런 차원의 허무인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종중의 농지취득


그다음으로 종중의 농지취득에 관하여 살펴보자면,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상 종중은 원칙적으로 농지를 취득할 수 없습니다. 만약 종중이 종중원 개인명의로 농지를 명의신탁하였는데, 명의신탁 해지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 승소하였더라도 ‘종중’ 또는 ‘종중 대표 개인’ 명의로도 등기이전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종중은 부동산특별조치법에 따라 소유자 확인을 받더라도 농지를 취득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① ‘농지개혁 당시 위토대장에 등재된 기존 위토인 농지’에 한하여 위토대장 소관청 발급의 증명서를 첨부한 경우에만 종중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는데, 여기서 ‘기존 위토’란 농지개혁 당시에 위토대장에 기존 위토로서 등재되어 있는 그 당해 농지를 말하는 것이어서, 위토대장에 등재된 농지가 수용되어 그 보상금으로 새로이 구입한 다른 농지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② 두 번째 예외는 지목은 농지이나 현황상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 농지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을 첨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 사건의 경우 일정 경우 종중의 농지소유가 인정되도록 하는 법 개정이 있기 전까지는 뚜렷한 해결책은 없고, 현재로서는 약간의 편법을 몇 단계 거쳐 종중원 개인명의로 한 다음 종중명의의 가등기를 설정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법적 정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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