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5일 칼럼 기고분)
[출처 : 프랑스 국립박물관 연합(RMN)]
#1. "융통성 없기는. 앞뒤가 꽉 막혔구먼. 내가 말이야, 이주무관보다 조금이라도 세상을 더 살아보니 말이야, 좋은 게 좋은 거! 이게 딱 정답이더란 생각이 들었다는 거 아니겠어. 민원인이 잘 돼야 지역경제도 살아나는 거 아닌가? 이거 오늘까지 처리해! "
#2. "야. 이 ××야, 군대가 보이스카웃인 줄 알어, 왜 이렇게 개념이 없어. 개념이 휴가 나갔다가 탈영까지 했냐! 야 지상병, 내가 오늘 탈영병 하나 잡고 포상휴가 가야겠다. 행정관한테 잘 좀 얘기해주라. 그리고 윤일병 너, 오늘 밤 기대해라. 당황하지 않고~ 팍! 끝!"
인간은 욕심이 많습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더 잔인하기도 합니다.
사도마조히즘이라고 하나요. 강자에겐 굽신거리고 약자에겐 인정사정없습니다.
교과서에선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으로 이성을 가졌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인간세상의 룰을 어기는 자들을 보게 되면 사건의 직접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호루라기를 불어 그 사태를 막아야 할 때가 있는데, 단순히 범죄신고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무원 청렴교육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1997~8년 화성군청 복지과 계장이었던 ‘이장덕’씨입니다. 1999년에는 최근 세월호 침몰 사건처럼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던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입니다. 1999년 6월 30일 씨랜드에는 500여 명의 어린이와 50여 명의 인솔교사가 수련회에 참가하고 있었는데, 다들 잠든 한밤중에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수련원 건물은 1층만 일반 철근콘크리트 구조이고, 2~3층 객실은 컨테이너 박스 52개를 겹겹이 포개어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불은 순식간에 번졌고, 그 결과 19명의 어린이와 4명의 교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화재경보기와 비상벨은 울리지 않았고, 비치된 소화기 15개 중 9개가 속 빈 먹통 소화기였습니다.
경찰은 인허가 담당 공무원이었던 이장덕 계장을 1순위로 조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그녀의 집을 뒤졌고, 이씨는 황급히 메모장 하나를 찢어 휴지통에 넣으려다 경찰에 빼앗겼습니다. 그런데 그 메모장은 오히려 그녀의 결백함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그 메모장에는 컨테이너 건물이 청소년수련원으로 허가가 난 경위를 담고 있었습니다.
메모장의 일자를 따라 참사일로부터 약 1~2년의 시간을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1997년 이씨는 다중이용시설인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은 화재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설치·운영 허가신청을 반려했습니다. 그러자 그때부터 온갖 종류의 압력과 협박이 가해졌는데, 뇌물을 받은 상사는 이씨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업자는 여러 차례 회유를 시도하다가 나중에는 폭력배들까지 동원하여 그녀와 가족들을 몰살시키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남편과 3자녀를 피신시키면서까지 끝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화성군은 그녀를 다른 부서로 전보 발령한 다음 후임자를 통해 일사천리로 허가를 냈던 것입니다.
28사단 윤일병 사망 사건은 자칫 질식사로 처리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타살임이 밝혀진 것은 옆 부서 김상병의 결정적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상병은 윤일병이 병원으로 급히 후송되던 날 가해자 중 한 명인 지상병으로부터 사건의 진상을 전해 듣게 됩니다. 김상병은 지상병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라’라고 조언을 했지만, 결국 지상병은 가해자들끼리 입을 맞추어서 번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잠 못 자고 고민하던 김상병은 결국 포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알리게 됩니다.
이장덕 계장은 동료들을 배신했다는 따가운 시선에 무척이나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김상병 또한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
인간은 도덕적일 수 있지만 사회는 비도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도적인 사회는 인간의 양심을 지켜주지 못하고 이들에게 자책감에 시달리게 합니다.
그래서 혼자서 부는 호루라기는 외로운 외침입니다.
제 스스로 질문해봅니다.
“나는 부정행위를 보면 호루라기를 불 수 있는가?”
선뜻 답하기가 쉽지 않군요.
하지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정행위를 보면 호루라기를 불어 보자고....
호루라기 소리가 셋만 있어도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