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일 칼럼 기고분)
구속이란 피의자(수사단계에서의 범인) 또는 피고인(공판단계에서의 범인)의 형사소송절차에의 출석을 보장하고, 증거인멸에 의한 수사와 심리의 방해를 제거하여 확정된 형벌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범인을 구인, 구금하는 것을 말하고, 구속영장의 집행이란 범인의 손에 수갑을 채우거나 손이나 몸을 포승줄로 묶은 다음 구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갖되 그 자유는 법률에 따라 제한될 수 있습니다. 다만 헌법은 체포·구속의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필수적인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제12조).
헌법상의 영장주의를 구체화한 <형사소송법>은 구속을 크게 수사기관에서의 것과 법원의 것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헌법은 구속영장 발부 권한을 사법부에 귀속시켰기 때문에, ① 수사기관의 구속은 경찰의 신청 및 검찰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결정하며(제201조~제209조), ② 법원에서의 구속은 담당 재판부가 공판 진행 중 또는 심리종결 후 판결 선고 시에 즈음하여 자체적으로 결정합니다(제69조 이하).
구속사유는 언론보도에도 자주 소개되어 이제는 일반 상식처럼 되었는데, ‘증거인멸 우려, 주거부정, 도망우려’가 그것이고 이는 범죄 혐의를 전제로 합니다(제70조, 제201조). 한편, 법원이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요즘은 불구속 수사 원칙이 나름대로 정착되어서 수사기관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경우가 예전과 달리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법원이 불구속 재판을 받던 피고인을 직접 법정구속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아졌는데, 당사자나 가족 또는 변호인으로서는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사단계에서부터 구속시켰다면 응당 실형을 예상했을 텐데 불구속 재판을 받으며 방심하고 있던 피고인이 갑자기 법정구속된다면 타격이 큽니다.
법정구속 사례 중에는 법원이 판결 선고 당일 피고인에 대하여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하면서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보아 법정구속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범행 부인하고 있는데 무죄 가능성이 조금은 있어 보인다거나, 중대범죄를 저질렀지만 다행히 합의되어 집행유예가 가능한 선(예컨대 3년 이하)에서 검찰 구형이 이루어진 경우 당사자는 무죄나 집행유예를 기대하고 선고기일에 출석하였다가 덜컥 법정구속되기도 합니다.
[코멘트] 반면, 판결 선고 당일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피고인이 도주의 우려가 없거나 피해자와 합의할 가능성이 농후한 경우에는 항소심에서라도 합의를 완결해 보라는 취지로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니면 선고기일 바로 직전 공판기일에 법정구속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는 편인데, 법원의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실형이 선고될 것을 염려하여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고 도망갈 수 있다고 보기도 하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요즘엔 검찰에서 불구속 상태로 기소된 사건의 피고인을 재판 초기부터 법정구속시키는 사례를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제가 의뢰받은 형사사건 재판의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사건을 방청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사무관님! 교도관님! 구속 집행하세요. 저... 피고인들 못 나가게 하세요.’
당시 재판부는 선고 사건, 1회 공판기일 사건을 가리지 않고 가차 없이 법정구속을 명했으니 법정 분위기는 그야말로 서슬 퍼랬습니다.
법정구속당하는 피고인들 중에는 ‘잘못했습니다.’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고,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되 우왕좌왕하며 구속집행을 당하는 사람도 있고, 소리 내며 우는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사선 변호인도 당황하여 연신 대기실을 왕래하고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이러하니 법정구속 사건 이후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은 자신도 법정구속되지 않을까 가슴을 조아리며 재판을 받는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잠시 대기하던 도중 선고기일도 아닌데 법정구속이 이루어진 사건이 2건이었는데, 그 사건 내용을 대략 들어보니 담당 재판부가 법정구속 시킨 이유가 이해될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나는 금전차용 관련 사기건으로 범행 부인하며 합의도 되지 않았고 피고인의 태도가 일말의 반성도 없어 보이는 사건인 것 같았습니다.
또 다른 한 건은 노점상들인 피고인 6명 중 4명(여성 1명 포함)이 폭력행위처벌법 공동폭행, 공갈, 협박 등의 범죄를 전부 자백하는데도 첫번째 공판기일에서 법정구속된 사건이었습니다. 지역신문에도 나왔던 사건 같은데 전통시장, 노점상 이권을 두고 지회 가입과 자릿세를 강요했던 내용으로 보였습니다. 그중 지부장, 조직국장 등 우두머리 격 인물들은 이미 구속 수감되어 따로 재판을 받고 있었고, 그 밑에서 일했던 자들로서 집행유예나 기대하고 있던 피고인들이 느닷없이 구속되었던 것입니다. 재판장님 왈 ‘구치소에서 제가 왜 구속시켰는지 그 이유를 잘 생각해 보십시오. 70~80대 연로한 노점상인들까지 대상으로 했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으며 사건 심리 초기이긴 하나 실형이 적정할 수도 있습니다. 구속집행 후 5분간 휴정하고 다음 사건 진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