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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Oct 24. 2017

113 포청천의 추억

(2012년 1월 2일 칼럼 기고분)

[표지 : 중국 드라마  <포청천> 스틸 샷  '개작두를 대령하라']



不正腐敗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살아 숨 쉬는 동안 인간의 욕구나 욕망은 잠재울 수 없는 모양입니다. 


특히, 근자에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기사의 대부분은 ‘부정부패’와 관련된 것인데, 퇴출 위기 저축은행들의 전방위 로비 사건, 이모 국회의원 보좌관 10억 알선수재사건, SLS 회장의 폭로로 시작된 구명로비 사건, SK그룹 총수일가 2000억대 횡령 배임사건 등을 비롯하여, 치정극으로 일단락된 벤츠 여검사 사건, 서울 지하철 상가 사업권 수억 대 로비 사건, CTS TV 회장 횡령 의혹 사건, 광주 A대 전 총장 횡령 의혹 사건, 씨모텍 등 코스닥업체 시세조정사건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때문에 검사님들 연말연시 퇴근도 못하고 있다고 하니, 언제쯤이나 검찰청 창살 한가한 날이 올까요?     


正大光明     


부정부패사건을 접하게 되면 중국 송나라 때의 판관 포청천(包靑天)을 떠올리곤 합니다. 

TV 드라마를 통해서도 소개되었다시피 포청천(包拯, 999~1062)은 부패한 황실의 측근에게까지 작두형을 내린 청백리의 대명사입니다. 


중국은 현재까지도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지만, 중국 법관들이 포청천의 후예들이어서인지 사회주의의 영향 때문인지 누군가 부정부패사범으로 한번 걸렸다 하면 사형집행까지 불사하는 나라로 유명합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부패 소굴, 양극화 심화 등의 사회문제로 혼돈에 빠질 것이냐 하는 기로점에 서있는 만큼 마치 13억 명의 다민족 국민들에게 광고라도 하듯이 부패사범을 공개 총살하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 형법 규정에도 특이점이 있는데, 중국은 부정부패사범의 전형인 뇌물, 알선수재, 업무상 배임․횡령 이외에도, 공무원의 재산 또는 지출이 합법 수입을 명백히 초과하고 그 차액이 거대함에도 본인이 그 자금출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경우에 ‘거액재산 출처불명죄’로 의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월급 300만 원 받는 일반 공무원이 10년도 안 되어 30억 재산을 모았거나 매월 2,000만 원씩 쓰고 다닐 경우 그 자금출처를 제대로 대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된다는 것이지요.      


중국에서 최근 10여 년 동안 부패사범과 관련하여 사형을 집행한 내역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법무연수원, 장기석, <중국 공무원의 탐오뇌물형 범죄> 등 참조 / 수수액은 환율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      


①  2000. 3. 8. 강서성 부성장(부지사급) 호장청은 7억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2억 2000만 원 상당의 재산 출처가 불명하다는 이유로 사형.

② 2000. 9. 14.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강원회 부자원장(국회 부의장급) 성극걸은 건설공사 수급, 대출알선 등과 관련하여 57억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이유로 사형.

③ 2001. 12. 19. 요령성 심양시 시장, 재정국장, 세무국장, 법원장, 검찰장 등이 대거 연루된 심양시 비리사건에서 주모자급인 부시장 마향동은 조세감면, 공사도급 편의제공 명목으로 24억 원 상당을 수수하고, 15억 원 상당의 재산출처가 불명하다는 이유로 사형.

④ 2003. 10. 14. 사천성 낙산시 부시장 이옥서는 건설도급 관련 대가로 11억 원 상당, 승용차 2대, 로렉스 시계 1개 등을 수수하고, 3억 5000만 원 상당의 재산출처가 불명하다는 이유로 사형. 

⑤ 2004. 2. 12. 안휘성 부성장(부지사급) 왕회충은 탈세 범죄 수사무마, 건설용지 불하 등과 관련하여 7억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여 비교적 수뢰액은 크지 않지만 내사기간 동안에도 수뢰하고, 수사에 비협조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는 이유로 사형. 

⑥ 2007. 7. 국가식약품 감독관리국 국장 정소유는 의약품 심사기준 완화 대가로 10억 원 상당을 수수하였다는 이유로 사형. 

⑦ 2010. 7. 중경시 사법국장 문강은 조직폭력배 비호, 24억 원 상당 뇌물수수, 미성년자 강간 등의 이유로 사형(중경판 ‘범죄와의 전쟁’으로 불리며, 당시 13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였는데, 연예인 성상납 스캔들까지 있었습니다). 

⑧ 2011. 5. 소주시 부시장 강인걸은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약 160억 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이유로 사형.

⑨ 2011. 5. 항주시 부시장 허매영 또한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약 250억 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국영기업 공금 80억 원 상당을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사형 등.      


뇌물죄 등 부정부패사범에 대한 제재는 직무행위 자체의 순수성, 불가매수성을 보장함으로써, 결국 ‘국가기능의 공정성’을 보호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 처벌 수위에 관하여 중국의 예는 ‘굳이 사형까지야’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중국의 확고한 처벌 의지만은 본받을 만합니다.     


새해벽두, 

돈 몇 푼에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억’ 소리 들리는 뉴스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적고, 포청천의 법정에 걸려있던 ‘정대광명(正大光明)’이란 문구를 새해인사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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