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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Oct 24. 2017

111 증인신문 (下)

(2013년 4월 29일 칼럼 기고분)


증인신문은 판사나 진상규명위원장과 같은 판단자가 있고, 주장사실․공소사실․혐의사실 등을 입증하기 위하여 증인을 신청하는 당사자가 있으며, 증인의 증언을 탄핵하거나 증인신청인의 주장을 방어하는 상대방이 있습니다. 증인신문은 위 삼각구도의 참여자가 모두 관여합니다. 법에서는 이를 교호신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정(正)-반(反)-합(合)의 변증법적 논리구조를 통한 진실발견의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증언이란 신청인의 신문, 상대방의 반대신문, 판단자의 직권신문 등 교호신문과정을 통해 각각의 사실관계에 대한 진실게임을 거친 결과물입니다.


그런데, ‘진실게임을 거친 증언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 것이냐?’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데, 이는 인간 인식능력의 한계, 기억력의 한계, 표현상의 오류, 심지어 위증에 의하여 실체적 진실과 다른 증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오류나 위증은 교호신문과정을 통해 걸러지고 교정될 수도 있겠지만, ① 증인의 능수능란한 언변으로 위증이 발각되지 않거나, ② 증인의 말은 진실임에도 상대방의 현란한 반대신문으로 진실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①의 사례] 예를 들어 막내가 둘째에게 사탕을 달라고 조르다가 둘째에게 꿀밤을 맞았음에도 첫째가 둘째 편에 서서 위증을 했던 ‘삼형제 사례’(上편 참조)에서, 첫째는 다음과 같이 능수능란하게 위증을 해서 엄마가 오판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 집을 이끌어갈 장손입니다. 둘째가 막내에게 사탕을 주지 않았다면 큰 형인 저로서는 마땅히 둘째에게 막내와 나눠먹으라고 충고했을 것이고 둘째도 그에 따랐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장손의 도리이자 제 원칙입니다. 그럼에도 막내는 제가 있는 자리에서 둘째가 자기에게 사탕을 주지 않았다고 떼를 쓰다가 맞았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떼쓰는 장면을 목격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더욱이 막내는 조리 있게 사실 주장을 하지 않고 울고만 있는데, 이는 결국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작에 불과합니다.”      


[의 사례] 사건을 전혀 달리 구성하여, 첫째는 막내 편에 서서 진실을 말하기로 했는데, 둘째가 다음에서 보는 것처럼 상당한 수준의 반대신문기법을 활용함으로써 진실발견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문[둘째] : 증인이 본 장면은 제가 막내를 때린 것을 본 것인가요 아니면 나중에 막내가 울고 있는 것을 본 것인가요?

답[첫째] : 때린 것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막내가 머리를 만지며 울고 있어서 때린 것으로 알고 있다.

문[둘째] : 증인은 직접 경험한 사실만 진술하게 되어 있고 그렇지 않으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이를 명심하고 정확히 답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때 제가 사탕을 들고 있던가요? 그리고 꿀밤 소리도 들었다는 진술도 없는데 나중에 막내가 머리를 만졌다고 곧바로 제가 때린 것이라 단정할 수 있는가요?

답[첫째]  : 사탕을 들고 있었는지, 막내가 다른 곳에 숨겨놓았던 사탕을 달라고 했던 건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당시 정신없이 만화책을 읽고 있어서 꿀밤 소리는 못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문[둘째] : 마지막으로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서 한 가지만 묻고 마치겠습니다. 증인은 저보다도 막내하고 가깝고, 며칠 전 제가 유치원에서 착한 어린이상을 받으니까 질투심에 제 발을 걸어 넘어뜨린 사실이 있지요?

답[첫째]  : 그런 사실이 있지만 본건과는 무관하다.

문[둘째] : 저는 증언의 신빙성을 묻는 것입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아까 막내의 주신문 때에는 때린 것을 본 것처럼 증언하다가 지금에 와서는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진술하는 것 아닙니까? 증인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저와는 사이가 좋지 않지요?

답[첫째]  : 묵묵부답... 엄마, 진짜 얘가 때렸다니까!


엄마 : (다 듣고 나서) 잘 들었으니 2주 후에 판결 선고하겠다.



증인신문에 있어 법원은 증언을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단자인 법원이 허위증언에 대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개입했던 에피소드 하나 말씀드릴까 합니다. 


3명의 판사가 기본이 되는 민사합의부 재판 과정에서 증인신문을 주관하는 분은 합의부 부장판사인데, 배석한 주심판사(실질적 사건담당)는 잠자고 있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고 합니다. 

증인은 부장판사가 별 다른 제재를 안 하니까 능수능란하고 조리 있게 거짓말을 했나 봅니다. 

더 나아가 필 받은 김에 사건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일방에게 유리하게 말을 지어내고 있던 순간, 주심판사가 눈을 부릅 떴습니다. 잠자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리곤 주심판사가 증인을 향해 소리 내지 않고 입만 뻐끔하는데 그 입모양이 ‘거 - 짓 - 말’이었다나요. 

그 후로 증인은 속칭 ‘멘탈붕괴’되어 버버벅(buffering 중)됐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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