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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Oct 24. 2017

115 개정 금융실명법 해설

(2014년 11월 24일 칼럼 기고분)


‘금융실명거래에관한법률’1982년, 7,000억 원대 어음사기 사건(장영자 사건)을 계기로 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정법 부칙 제1항 단서에선 금융전산화 구축, 해외로의 자금 유출 등을 이유로 실명거래의 ‘실시시기’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날로 미루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정치민주화의 거센 바람으로 군부정권이 물러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 8. 12. 김영삼 대통령은 ‘경제 민주화도 이루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수용하겠다’며 대통령령인 긴급재정경제명령이 발동하여 10여년간 미루어왔던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하였습니다. 그런데, 금융실명법은 실명거래 의무를 금융회사 등에게만 부과하였을 뿐 실제 출연자 등 차명거래자에 대하여는 1995년 부동산실명법과 같은 특별한 민형사, 행정상의 제재가 없었기 때문에 차명거래는 크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에 2014. 5. 28. 소위 ‘차명거래 금지법’이라 불리는 금융실명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2014. 11. 29.부터 시행되게 되었습니다(참고로 금번 금융실명법 개정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인 2012년부터 총 6건의 발의된 여야 의원 법률안에 대하여 국회 정무위원회가 위원회안(대안)으로 제안된 것이었습니다). 


법 개정의 시발점은 실명거래 의무를 종전 금융회사 등에게만 부과한 제3조 제1항에 ‘거래자’까지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다만 모든 차명거래를 금지하고 이에 대해 형벌을 과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도 있기 때문에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 행위, 공중협박자금 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행위(조세포탈 등)를 목적으로 하는 차명 금융거래 시 그 위반자(명의대여자 등 공범자 포함)에게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습니다(제3조 제3항, 제6조 제1항). 결국 허용될 수 있는 차명거래는 친목모임 회비 계좌, 비법인 종중 및 종교단체 대표자의 자산관리계좌, 미성년 자녀를 위한 부모 명의의 계좌 등 소위 ‘선의의 차명거래’에 국한됩니다. 


더 나아가 개정법은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제3조 제5항). 즉 금융실명법 개정 전후를 가리지 않고 실명 확인된 금융자산은 그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부동산실명법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인데, 부동산에 대한 명의신탁은 그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여 명의수탁자의 소유로 추정되진 않고 오히려 명의신탁 약정에 의한 소유권 이전 자체를 무효화시키고 다만 위반자에게 과징금, 형벌 등의 제재만 가하는 것이 원칙적인 모습인데 반하여, 차명거래는 명의대여자(수탁자)의 금융재산으로 추정하여 민사적 불이익을 부과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인정하려면 엄격한 증명으로 번복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존중한 입법이기도 합니다(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참고로 부동산 거래에서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은 명의수탁자의 소유를 인정하되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매수대금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데, 차명 금융거래도 대략 이와 유사한 구조와 법리에 따른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한편 개정법은 금융회사의 의무를 강화시켰습니다. 금융회사는 불법 차명거래 금지에 관한 주요 내용을 거래자에게 설명하도록 해야 하며(제3조 제6항), 오히려 금융회사 종사자가 거래자의 불법 차명거래를 알선ㆍ중개했다면 차명거래자와 함께 형사 처벌합니다(제3조 제4항, 제6조 제1항). 한편, 실명확인 위반 등에 따른 과태료 부과금액을 종전보다 대폭 상향 조정하였습니다. 


지하경제에 관한 정보분석능력은 2001. 11.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제정 이후 금융정보분석원(KoFIU)의 설립․운영으로 그 역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데다, 최근 국세청의 정보 요청 권한 확대로 급진전된 측면이 있는데, 금번의 차명거래 금지법 시행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5만 원권 지폐의 상당수가 이미 '지하'나 '개인금고'로 스며든 상황에서 이 제도의 실질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5만 원권 증발 현상이 가속화되지 않도록 추가적인 보완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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