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2일 칼럼 기고분)
[표지 : 영화 <내부자들> 스틸 컷]
뇌물이란 공무원 등의 직무에 관하여 주고받는 위법한 보수 내지 부정한 이익입니다. 여기서 <이익>이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ㆍ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ㆍ무형의 이익을 포함하므로, 무이자 금전차용, 투기적 사업 참여, 염가 매매 등은 물론 유흥업소 접대, 향응이나 부녀와의 성교도 이에 포함됩니다(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도13937 판결).
뇌물죄 성립에 있어서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즉 대가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적정 수준의 축의금이나 식사대접과 같이 개인적 친분관계에 따른 사교적 의례의 것이라면 대가성이 부정될 수도 있으나, 그것이 형식만 빌린 것에 불과하다면 대가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약간 과정 해서 얘기하면 애매한 자리에서는 국수 한 그릇도 얻어먹지 말아야 합니다.
검찰은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의 비위사건 수사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일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다’는 식으로 외형상 정의 실현을 이루는 것 같이 보이는 데다가 수사검사의 인사평가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뇌물죄의 형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사기죄의 양형이 대략 편취액 1천만원 당 징역 15일에서 1개월이라면, 뇌물죄는 수뢰액 1천만원 당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입니다. 3천만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서 2년 이상의 실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살펴보자면 뇌물죄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일반수뢰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입니다(형법 제129조 제1항). 그런데 특가법으로 가게 되면,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이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이면 ‘7년 이상의 유기징역’,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인 것입니다(특가법 제2조 제1항). 살인죄의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임을 감안하면 뇌물죄의 법정형은 꽤 센 편입니다. 또한 수뢰자는 재산상의 불이익으로 수뢰액 상당을 몰수․추징당하고, 수뢰액의 2~5배 이하의 벌금형까지 받게 됩니다.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는 2008. 12. 26.부터 공포 시행된 특가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것입니다.
대가성 있는 뇌물이 아니더라도 정치자금으로 의율 되면 정치자금부정수수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정치자금법 제45조).
한편, 2016년 9월 말부터 시행될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및금품수수금지법)에 따르면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언론사 임직원 등 공적 업무 종사자가 대가성 불문하고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현재 금품 등의 범위, 언론사 포함 여부, 입법로비 허용 가능성 등에 관한 헌법소원 등이 계류 중에 있습니다).
수뢰자 본인의 직무관련성보다 담당 공무원 등에 대한 영향력 있는 알선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알선범죄(불법로비)인데, 공무원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을 하였다면 형법 제132조에 따른 알선수뢰죄가 성립되고, 일반인이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을 하였다면 특가법 알선수재죄가 성립되며, 일반인이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 관한 알선을 하였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죄가 성립됩니다.
예전에는 뇌물이 관행처럼 이루어졌다고 해도, 지금은 뇌물로 입건되면 공무원의 직을 떠나든지 정치생활을 그만두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선거직의 경우 선거법 위반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은 물론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하여 수뢰, 알선수재 등으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이 상실되고(공직선거법),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수뢰죄로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으면 당연 퇴직되거나 벌금형을 받더라도 파면, 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해임 이상의 중징계나 당연퇴직의 경우에는 퇴직급여나 퇴직수당이 감액되는 불이익을 받습니다(공무원연금법).
요즘 일반 공무원들은 겁나서 움츠려 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 겁이 없는 건지, 개념이 없는 건지 아니면 불법이 크면 불법이 아닐 수도 있는 건지...
세월이 흘러도 정경유착은 여전히 생산되고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 ‘내부자들’ 중 정경언 유착의 실체를 몸소 체험한 안상구의 자조적인 대사를 인용하면,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한가?’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