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들의 반란
사랑의 불시착, 낭만닥터 김사부 2, 이태원 클라쓰 등과 함께 최근 드라마 화제작 중 하나를 꼽으라면 스토브리그일 것이다. 야구라는 유니크한 소재로 시즌이 아닌 스토브리그에 팀을 재정비하는 과정을 다룬다. 야잘알에게는 본인이 아는 내용이 나오니 반가울 것이고, 야알못 또한 어렵지 않게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야구 드라마지만 야구하는 모습이 주가 되지 않고 그 비하인드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토브리그는 최고 시청률 17%를 기록하며 금토극의 1위 자리를 굳혔다.
저마다 스토브리그를 보는 견해는 차이가 있겠지만 내게 스토브리그는 언더독들이 반란을 일으키며 성장하고 돌풍을 일으켜가는 과정의 드라마였다. 거대 구단에 맞서는 건 2년 계약으로 고용된 힘없는 단장이었으며 그가 바꾸려고 하는 것 또한 만년 꼴찌인 야구팀 드림즈이기 때문이다. 최약체 구단을 해체시키려는 권력자 권경민 앞에서 저항하고 싸우면서 드림즈를 지키려는 것은 백 단장을 필두로 한 월급쟁이 프런트들이다. 즉 돈도 힘도 별로 없는 시민들이 만들어나가는 이야기이기에 나는 '언더독들의 반란'이라 칭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런 언더독들이 좋다.
내가 언더독을 좋아하는 건 내가 항상 탑독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로도 운동으로도 뭐 하나 뾰족하게 잘난 것이 없던 나는 크게 쳐지진 않았지만 항상 압도적인 1위 혹은 우위를 점해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리오넬 메시나 마이클 조던과 같은 불변의 1인자들보다는 노력하며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언더독들에 어쩐지 더 마음이 갔다. 그리고 나는 1등보다는 그런 언더독들이 되고 싶었다. 비록 1등은 아니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그것이 빛을 발하는, 그들의 존재 가치를 언젠가 세상이 알아주는 그 모멘트가 더욱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그런 우직하고 꾸준한 언더독이고 싶었다.
그런 까닭에 이 드라마에서 마음이 가는 캐릭터는 1등 투타 강두기, 임동규가 아닌 장진우, 유민호와 같은 짠내 나는 인물들이다. 비록 지금 실력은 출중하지 못하지만 각자의 사연을 안고 부단히 노력하며 비상을 꿈꾸는 야구판 미생들. 완생이 아니기에 더 절실하게 투지와 열정을 불태우는 그런 인물들. 그런 인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내 모습 같아 절로 응원하게 된다.
만약 나와 같은 이들이 많다면 현실은 완생이 아닌 미생들이 훨씬 많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라도 자기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르게 더 정이 들고 짠하며 응원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브리그는 큰 틀에서도 언더독의 저항의 서사를 다루지만, 이렇게 작은 부분까지 언더독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이것이 스토브리그가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