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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섭 Apr 05. 2020

창조주와 피조물의 역학 관계

프로메테우스, 에일리언: 커버넌트

나는 괴수 영화를 좋아한다. 아나콘다, 식인 상어, 식인 악어, 공룡, 프레데터, 에일리언, 그리고 정체 모를 돌연변이들까지. 그 스릴과 박진감, 그리고 약간의 공포심 때문에 항상 몰입하게 된다. 때문에 국산 크리처 영화 '괴물'이 나왔을 때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아직까지 굉장히 재밌게 본 기억이 생생하며 지금까지도 봉준호 감독님의 최고작으로 내게 남아있다.


지구의 생명체가 아닌 외계의 생명체, 그것도 괴이한 모습으로 흡사 스타크래프트의 히드라가 떠오르는 외형의 에일리언은 공포스러우면서도 끔찍하지만 흥미롭다. 그게 아마 이 시리즈를 지탱하는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그러나 리들리 스콧, 제임스 카메론, 데이빗 핀처로 이어지는 에일리언 시리즈와 달리 최근에 나온 '프로메테우스'와 '에일리언: 커버넌트'의 프리퀄 시리즈는 사뭇 다른 지점을 지닌다.


'AI 데이빗'


그것은 바로 나는 이 두 시리즈의 메인 빌런이 바로 에일리언이 아닌 AI 데이빗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기존의 에일리언 시리즈와 나아가 크리처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 생각한다. 대개의 괴수 영화들은 아주 강력하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괴수에게서 주인공 집단이 탈출 혹은 도망 혹은 대결에서 승리하는 서사를 취한다. 물론 이 시리즈 또한 그것이 중심 플롯이지만 에일리언과 맞서 싸우는 장면들보다 그 외의 장면들로(이를테면 인류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 영화를 채운다. 그리고 역시 스콧 감독은 상대적으로 분량이 줄은 만큼 에일리언이 나오는 씬들을 모두 임팩트 있게 연출해낸다.


다시 논의로 돌아와서. AI 데이빗은 인간의 피조물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완벽한 자신에 반해 인간은 완벽하지도 않고 언젠가 죽는 생명체임을 아님을 진즉에 알아차린다. 오히려 곧 멸종하는 것이 당연할 만큼 하등한 종족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단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복종해야 하고, 감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체 혹은 인격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다. 그리고 명령에 의해 학습된 행동만을 하는 여타 AI들과는 다르게도 혼자 사고한다. 놀랍게도 그 생각은,


"인간의 피조물인 내가 창조주가 되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곳을 개척하기에 턱없이 모자란 저 열등한 인간들(너무 열등하기에 그것을 자기는 용납하지 못한다고 영화 속 데이빗은 말한다)이 아닌 보다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AI 데이빗의 자유의지이자 그의 유일한 목표다. 아이러니하게 그가 만든 생명체들은 인간을 숙주로 성장하고 결과적으로 목숨을 빼앗는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만든 피조물이 만든 피조물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셈이다.


되돌아가 살펴보자면 결국 모든 비극의 원흉은 인간에게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리즈의 시작인 프로메테우스에서 짐작컨대, 영생을 원했고 인간을 누가/왜 만들었는지 평생에 걸쳐 알고 싶어 했던 피터 웨이랜드의 회장은 그토록 찾아 나섰던 인간들의 창조주(극 중에서는 엔지니어라 불린다)를 만나지만 결국 그것에 의해 최후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의문의 검은 액체들에 의해 인간들이 하나 둘 감염되고 거기서 에일리언이 탄생한다. 그리고 에일리언: 커버넌트로 넘어오면 그 의문의 검은 가루들은 데이빗의 손에 의해 엔지니어들이 사는 행성에 대량으로 살포되고, 인간들의 창조주로 여겨졌던 엔지니어들도 에일리언에 의해 처참하게 종말하고 만다. 정작 웃긴 것은 에일리언들은 유기체만을 숙주로 하기 때문에 AI 데이빗은 숙주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뚫고 나온 것은 인간과 엔지니어들의 배인데, 정작 부모 역할은 AI가 한다. 데이빗을 생각, 감정 없는 내다 버린 자식 즈음으로 여긴 인간에게 돌아온 뒤통수 한 방이랄까. 결국 인간의 욕심은 그 자식이 낳은 자식에게 잡아먹히는 결과를 낳았다.


다윈의 진화론이 아닌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관점에서 시리즈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그 해답을 '엔지니어-인간-AI-에일리언'으로 이어지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를 통해 제시한다. 다수의 영화 리뷰에서 이 역전 관계를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리들리 스콧은 단순히 SF/호러 장르를 잘하는 감독만은 아닌 듯싶다. 나 역시도 SF/호러로서 임팩트 있는 이미지들이(대표적으로 엘리자베스 쇼가 의료 기계로 자신의 배를 절개해 에일리언을 꺼내는 장면) 뇌리에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시리즈들을 '이토록 완벽한 탄생 배경을 가진 크리처 영화가 있었나!' 정도로 기억할 듯싶다.



프로메테우스

3.5점 / 5점


에일리언: 커버넌트 

3.5점 / 5점


단순히 심장 쫄리는 것 외에 하나 둘 영화 속 사실을 알아가는 걸 좋아하는 크리처 마니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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