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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화일 Oct 09. 2024

K-culture와 오리엔탈리즘 사이

영국이 받아들이는 한국 문화

영국에서 한국은 이제 유행을 지나 영국 내 다양한 문화 컨텐츠의 한 선택지로 자리잡았다.


가장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한식을 예로 들자면 작년엔 종갓집에서 운영한 김치 팝업 스토어가 성황을 이뤘고 이젠 런던 중심지에서도 한국 마트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맨체스터에는 영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오세요(영국 내 한인마트 브랜치)가 들어섰다.


다른 말이지만 그래서 최근 흥행한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에서 한식이 많이 다뤄지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식 요리사가 한식 재료로 만든 음식의 창의성은 아무래도 불리하지 않았을지.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큰 만큼 한식이 제대로 조명받았다면 한식이 꽤 흔해진 영국 외식업계에서 한식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여하튼 한식뿐 아니라 다른 문화 컨텐츠에서도 한국은 최근 심심찮게 등장한다.

하이드파크에서는 매년 한국 가수가 와서 공연을 하고 현지 친구들은 나도 모르는 한국 드라마 제목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너도 봤냐고 묻는다. 20대 초반 친구가 말한 'Boys over flowers'가 '꽃보다 남자'의 영문 제목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바다 건너 나라에서 한국 컨텐츠의 유행은 놀랍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납득할 만도 하다.


해외에 나오기 전까지 체감하지 못했던 사실 중 하나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다양하고 재밌고 양질의 컨텐츠를 정말로 많이 생산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비영어권 친구들이 자국 컨텐츠보다 미국, 영국의 컨텐츠를 주로 소비하고, 컨텐츠를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업로드 하는 해외 유투버들도 흔하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영미 문화 컨텐츠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주로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우리와 달리 이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자국의 컨텐츠가 풍부하지 않은 편이라 영미 문화로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 영어를 잘하는 비영어권 친구들 나가 놀기보다 집에서 컨텐츠를 보좋아하는 비율이 많은 것도 여기에서 일부 기인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소재와 장르가 다채롭게 다뤄지고 특유의 은근함과 섬세함이 있는 한국 컨텐츠는 여기에서 완전히 새로운 도파민이 될 만하다.



지금은 조금 지난 이야기이지만 평창올림픽과 K-POP, K-드라마를 거쳐 한식이 트렌드로 자리잡는 동안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약간의 과도기라 부를만한 시기가 있었다.

체감하기론 마치 한국 자체가 유행이 된 느낌이었다.


현지 한국인 친구들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일부는 이러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즐겼지만 일부는 무시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 한국인을 트로피처럼 삼는다며 꺼려 했다. 그 사이에서 이러한 시기를 이용해 전혀 한국적이지 않은 한국 컨텐츠를 올리며 주목을 끌려는 일부 이민자 2세들도 있었.


바랐든 바라지 않았든 나 또한 이 유행의 수혜자였다.

한국인이라고 하기만 해도 새로 만난 이들과 친구가 되쉬웠고 때로는 이유 없는 호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베풀어지는 이들의 친절에는 그들이 기대하는 스트레오 타입의 한국인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더군다나 개인적으로는 여성 아이돌 문화 자체가 청소년들에게 다소 유해하고 인형 같고 깡마른 한국 여성의 이미지가 한국의 얼굴로 뜨는 것이 긍정적이기만 한 현상은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에 케이팝 팬이라며 다가오는 외국인들을 맞이하며 그저 기쁘기만 할 수가 없다.

그들의 우호적인 태도는 물론 고맙고 반갑지만 나라는 사람이 단순히 한국인으로서 대상화가 된 듯한 불편함. 따뜻한 프라푸치노였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경험이 오래된 영국인이나 일본인들의 심리를 간접 체험을 하는 계기도 되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어딜 가나 이득이 되는 삶, 내 나라의 문화를 높이 평가하는 게 당연시 되고 내 나라를 동경하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 얼마나 짜릿했겠나.

이런 분위기가 긴 시간 지속되었다면 나 또한 언젠가부터는 이게 불편하다기보단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인이라면 상상도 없는 불편을 일상적으로 겪으면서도 여전히 내가 가진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믿는 이들의 맹목적인 자부심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있는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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