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라마칸 사막 한가운데에 서다
물론 리더가 관리하는 팀에대한 인사적 영향력이 부여가 될 것이다. 어쩌면 팀장 전결로 처리하게 될 권한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호랑이같은 리더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다. 바로 조심스럽게 건네오는 팀원의 미팅 요청이다.
"팀장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리더 경험이 있다면, 아마 짐작이 갈 것이다. 중소기업이라면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라고 할 수도 있다. 나에게는 이 일이 2011년도에 일어났다. 정말 피하고만 싶었던 순간이다. 나를 포함하여 5명의 이사진이 있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4명의 이사들이 모두 사임을 표했다. 10여년을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회사를 키워왔기에 믿고 싶지 않은 아니 거부하고 싶은 현실이었다.
내 팀원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허전함이 무척 컸다. 당시의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순간처럼 느껴졌다. '나도 열심히 달렸는데.. 이쯤에서 그만 잠시 쉴까?' 라는 생각이 몇 차례 올라왔다. 그래서 경영지원팀도 모르게 회사 매각 미팅을 하기도 했다. 그 때, 내가 후원하는 젊은 CEO 모임에서 연락이 왔다.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K2 그리고 타클라마칸 사막에 다녀옵시다."
"무슨 일로 그곳에 가게 됬나요?" 라고 나는 물었다.
"가베OO 카페 지점을 중국 우루무치에 설립하고, 운영팀 교육도 할 생각이에요."
"제가 같이 가야할까요?" 또 다시 물었다.
처음부터 후원했던 것이 고마웠는지 사무총장님의 강한 권유에 못이기는척 동행을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전혀 연관이 없는 일정의 멤버가 되었다. 사실, '내가 이렇게 타인의 비즈니스나 지켜보면서 한가하게 있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몇 번 들기도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내 마음속에 있었기에 서울 사무실에 있는다고 해도 딱히 뾰족한 수가 나올것 같지는 않았다.
카페 오픈식을 잘 마친후에 우루무치 관광에 나섰다. K2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고산지대라 산소통을 준비했다. 1년 내내 눈이 쌓여있는 지역으로 과연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만했다. 그 다음날은 사막으로 이동했다. 마치 겨울과 여름을 오가는 듯 했다. 세계에서 2번째로 넓은 타클라마칸 사막이다. 이곳은 고요하고 넓어서 마치 꿈속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때 나는 문뜩 나 자신에게 물었다.
"회사가 어려워졌어. 이것은 누구의 책임이지?"
내 안에 감정이 터져나왔다. 끝까지 함께하겠다던 그들의 퇴사때문이라며 이사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잠시 후 다시 물었다. "이건 누구의 책임인가?" 이번엔 좀 더 강한 분노가 올라왔다. '마감을 못 지켜서 죄송합니다.' 라는 보고를 자주 하던 팀장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니 수금을 못해오면 나는 급여를 어떻게 지급하라는 건가?' 라며 팀장들을 질책하고 싶어졌다.
잠시 후 감정이 사그라들었다. 끝도 보이지 않는 사막의 모래바람을 따라서 내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을 던졌다.
"그래 알겠어! 그럼 지금 이 어려움은 누구의 책임인거야?"
내 마음은 깨졌다. 아니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나는 핑계와 원망의 알을 깨고 나온 나 자신을 드디어 마주한 것이다.
"내 책임이다!"
이 말을 하고나니 후련했다. 그리고 혼자라서 막막하고 불안했던 그 두려움이 사라진것만 같았다. 용기가 가득차 올랐다. 마치 낭떨어지 끝으로 자꾸만 밀려가던 내가, 지금은 혼자서 말을 달려 앞에있는 수천 수만의 적군을 돌파해 나갈 수 있을것만 같았다. 자신감이다. 이 녀석을 다시 만난 것이다.
서울로 귀국하고, 바로 '제2의 창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한은 3개월로 정했다. 직원들이 도전해볼만한 단기간의 목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직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채용을 위한 인터뷰는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원들의 성장과 마음의 안정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회사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3개월 목표도 달성했다. 나를 믿고 따라준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진심을 담아 3개월 보너스도 두둑히 지급하였다.
사실 3개월 전 특별한 묘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창업 당시의 기업가정신이라면 못할게 없다는 믿음을 회복했을 뿐이었다. 당시 나는 사무실에 복귀하자마자 전 사원들을 회의실에 소집하고 중대 발표를 했다. 뒤돌아보면 무슨 자신감인지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창업자들의 마음가짐 아닌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외치고 있는 젊은 창업가의 패기가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 제2의 창업입니다. 나를 믿고 따라와주면 좋겠습니다.
만일 못 믿겠다면 지금 그만둬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는 회사를 성장시킬 자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