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면 (+) 되는 공식

1200개 연락처를 정리하며 발견한 것

by Song 블루오리온

스크롤이 끝나지 않았다

연락처를 살펴본다.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했다. 계속 내렸다. 또 내렸다.

숫자를 세어봤다. 1200개가 넘었다.

'이게 다 누구야?'

ㄱ, ㄴ, ㄷ... 순서대로 보기 시작했다.

"강○○ 이사님... 이 분 어디 계시더라?" "김△△... 아, 2015년 프로젝트 때!" "박□□ 과장... 아직도 그 회사에 계실까?"

그러다 멈췄다.

"홍길동 삭제요망"


...나, 왜 이걸 아직도 가지고 있지?




넷플릭스에서 본 그 일본 여자

문득 넷플릭스에서 봤던 일본 정리 컨설턴트가 떠올랐다.

곤마리라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 그녀의 철학은 간단했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옷장을 정리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물었다. "이 옷이 당신을 설레게 하나요?"

처음엔 이상했다. 옷에 설렘이라니?

근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옷을 만지면서 알았다. "아... 이건 아니구나."

그리고 버렸다.

집이 비워지자, 삶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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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뇌도 알고 있다

뇌과학자들이 말한다.


"뇌는 잊어야 기억한다."


무슨 말이냐면, 뇌는 하루 종일 엄청난 정보를 받아들인다. 지나가는 광고판, 스쳐가는 대화, SNS 피드...

이걸 다 기억하면? 뇌는 정보과부하로 무척 버거워한다.

그래서 뇌는 잔다. 그리고 자는 동안 정리한다.

중요한 건 남기고, 쓸데없는 건 버린다.

빼기가 더하기인 셈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학생 때도 그랬다.

시험공부 할 때, 교과서 전체를 외우려 하면 아무것도 못 외운다. 핵심만 추려서 정리하면, 그게 머리에 남는다.


정리의 힘.




현장에서 배운 것

나는 25년간 사업을 했다.

처음엔 뭐든 다 했다.

"홈페이지요? 합니다." "쇼핑몰이요? 합니다."
"인트라넷이요? 합니다." "SI요? 그것도 합니다."

고객이 원하면 다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일은 많은데, 돈은 그만큼 안 남았다. 사람은 늘었는데, 수익성은 떨어졌다. 프로젝트는 많고 늘 북적이는데, 쭉쭉 발전하는 느낌은 좀 약했다.


어느 날 깨달았다.

더하기가 답이 아니구나.


그래서 시작했다. 빼기를.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 분야와 맞지 않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더 잘하실 수 있는 곳을 소개해드릴게요."

처음엔 무서웠다.

'이러다 일 다 놓치는 거 아냐?'


근데 신기했다.

거절할수록, 더 좋은 일이 왔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글로벌 상장기업 그리고 빅테크기업에까지


우리가 진짜 잘하는 것만 하니까. 그걸 원하는 사람들만 오니까. 집중하니까 퀄리티가 올라가니까.

빼기가 더하기였다.




오늘, 나는 정리 중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연락처를 정리했다.

1200개를 보면서 물었다.


"이 사람과의 인연이 나를 설레게 하나?"


곤마리 방식이다.

어떤 사람은 남겼다. 어떤 사람은... 놓아줬다.

"홍길동 삭제요망"도 드디어 삭제했다. (미안, 홍길동. 그런데 네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나.)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1200개가 부담이었구나. 지나간 관계가 무거웠구나. 놓아줘야 할 것을 붙잡고 있었구나.




정리는 버리는 게 아니다

선택하는 거다.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무엇에 내 에너지를 쓸 것인지. 어떤 사람과 함께 갈 것인지.

집도, 두뇌도, 사업도, 인간관계도.


덜어내야 채워진다.


과거 25년을 정리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생각한다.

정리할 것이 있다는 건, 살아온 시간이 있다는 증거다.

버릴 게 많다는 건, 그만큼 경험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운이 좋다.




P.S.

당신의 삶에서 (-)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버리면 오히려 더 풍요로워질 것은?

핸드폰 연락처든, 옷장이든, 해야 할 일 목록이든.

한번 정리해보세요.

비우면, 보이지 않을까요?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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