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색했던 한 사람, '나'를 칭찬하기 시작했을 때 벌어지는 일
후쿠오카에는 처형 가족이 살고 계신다. 덕분에 사업이 바쁠 때도 리프레쉬를 핑계로 매년 한두 번은 꼭 그곳을 찾았다. 도착하면 늘 반가운 식사 자리가 이어진다. 그럴 때마다 처형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묻곤 했다.
"제부, 이번에도 워크숍이에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그랬다. 나에게 여행은 온전한 휴식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25년 동안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던 그 관성 때문이었을까. 나는 쉬는 순간조차 '무언가 배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이름만 여행일 뿐, 내 머릿속은 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나 전략을 구상하는 워크숍 중이었다. 심지어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조차 '이 온천의 서비스 프로세스는 어떠한가'를 분석하고 있었으니 말 다 했다.
그런 내 가방 속에는 늘 사이토 히토리의 책이 들어 있었다. 하도 많이 읽어서 겉표지는 이미 너덜너덜해졌고, 모서리는 닳아 해졌으며, 안쪽은 온천 습기를 먹어 쭈글쭈글해진 그 책. 남들이 보면 대단한 비급(秘級)이라도 담긴 줄 알았겠지만, 사실 그 책은 나를 꾸짖고 달래는 '거울'이었다.
오늘 교보문고에서 그의 신작을 다시 만났다. 새 책의 빳빳한 표지를 만지는데, 문득 내 가방 속 그 너덜너덜한 책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멈춰 세웠던 문장과 다시 마주했다.
이 문장은 내 사업 인생의 아픈 구석을 찔렀다. 나는 왜 쉬러 온 여행지에서도 워크숍을 해야만 했을까? 왜 처형에게 "그냥 놀러 왔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면, 그 기저에는 '노력하지 않는 나는 대표로서 성장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자기 부정의 심리가 깔려 있지 않았을까.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하니, 끊임없이 '배우는 모습'을 가짐으로써 더 높은 곳으로 성장할 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타인의 박수를 갈구했던 것일 수도 있다. (솔직히 나는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칭찬을 손사레치며 거부하지도 않는다.)
주제넘게, 하지만 당당하게 나를 칭찬하라
히토리는 말한다. 스스로 "나는 정말 굉장해"라고 말하는 것은 거만함이 아니라 영혼의 세수라고. 우리는 남을 칭찬하는 법은 비즈니스 스킬로 공들여 배우면서도, 정작 나 자신을 향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스스로를 칭찬하는 행위를 '주제넘은 짓'이라 생각하며 마음 불편해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내 가방 속 그 너덜너덜해진 책만큼이나 내 마음도 너덜너덜해져 있지는 않았나. 4,100번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나는 나에게 몇 번이나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던가.
이제는 안다. 나를 칭찬하는 데는 자격증이 필요 없다는 것을.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살아낸 나, 정말 대단해",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해왔어"라고 말해주는 것. 처음에는 낯간지럽고 입 밖으로 내뱉기조차 힘들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따르지 않아도 괜찮다. 입술이 먼저 움직이면, 어느샌가 마음의 때가 벗겨지고 그 자리에 '자기 존중감'이라는 든든한 근육이 붙기 시작한다.
인정의 감옥에서 엑시트(Exit)
사업을 성공시키고 엑시트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타인의 인정이라는 감옥에서 엑시트하는 일이다. 이제 나는 후쿠오카에 가면 처형에게 먼저 말한다.
"아뇨, 이번엔 그냥 놀러 왔어요. 뜨끈한 온천을 즐기고 싶어서요."
사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있는 지금 마음이 그리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주해질 수 있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창업자가 해야할 일들이 많이 있으니까. 기획도, 시장조사도, MVP개발도, 사용자인터뷰도..
어쩌면 비즈니스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 그리고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의 가방 속에는 어떤 강박이 담겨 있는가? 이제 그 너덜너덜해진 강박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자기 자신을 향한 박수를 채워 넣으면 좋겠다. 당신이 당신을 귀하게 여길 때, 세상은 비로소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오늘 밤, 거울 속의 당신에게 '주제넘게' 한마디 건네보길 바란다. "야, 너 진짜 대단하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
PS ; 특히 와 닿은 부분을 다시 적어본다.
스스로 칭찬하는 법을 몰라서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으려고 하면 언제나 수동적으로 인정을 갈구하게 됩니다.
..
'나는 웃는 모습이 귀여운 것 같아'처럼 스스로 칭찬하다 보면 마음의 때가 저절로 벗겨져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자기 존중감이라는 마음이 점점 채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