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일까 아니면 길들여야 할 적토마일까.
"송대표는 그러지 않아도 괜찮은데, 너무 완벽함을 추구하는것 같아"
사업가 선배가 문뜩 내게 조언을 해주었다. '이거 무슨 소리지?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는거 맞지 않나?' 고민할 주제 같은데.. 내가 완벽주의라고? 그리고 이건 칭찬인가 아니면 조언인가??
1) 런칭 D-1, 자정을 넘긴 새벽 1시.
제안서는 사실상 완성이다. 내용도 탄탄하고, 논리도 맞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도 다 담겼다. 근데 거기서 멈추질 못한다.
'이 소제목 폰트... 좀 이상하지 않나?'
어느새 30분이 흐른다. 폰트를 바꾸고, 줄 간격을 조정하고, 표지 이미지를 세 번째 교체한다. 첫 이미지에서 강열한 임팩트를 주고 싶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를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다음 날 아침 다시 확인해보니 또 수정할 곳들이 눈에 들어 온다. 이거 오전중 제출해야 하는데.. 출력과 제본도 해야한다. 이러다가 시간이 늦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치자 그제서야 수정을 멈추었다!
밤새 다듬은 그 '완벽함', 혹시 작은 실수 하나라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완벽주의가 아니었을까?
2) 완벽주의의 두 얼굴
완벽주의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있다.
'완벽주의 = 나쁜 것'으로 단정 짓는 거다.
아니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고객사 담당자의 컨펌이 있은 후에도 우리 UI팀은 버튼 하나의 색깔을 두고 한 시간을 토론했다. 그 집요함이 쌓여서 브랜드의 '격'이 됐고, 신뢰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대 상황도 있다.
완벽하게 준비하겠다며 3개월을 분석하고 기획만 하다가 시장 트랜드가 바뀌는 경우. 빠짐없이 담겠다며 만든 50페이지 보고서에서서 핵심 메시지가 뒤로 갈수록 오히려 희석되는 경우.
완벽추구. 성실함의 탈을 쓴 강박일까?
겉으로는 꼼꼼하고 책임감 있어 보인다. 근데 실제로는 '사용자를 더 많이 만족시키겠다'는 목표아래 자칫 핵심만족이 희석될 수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과욕인가 아니면 만족이 어렵겠다는 불안에 기반한 완벽주의인가.
그래서 나는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보고 싶다.
가치를 만드는 완벽주의 → 고객에게 전달되는 품질, 브랜드의 핵심 경험
불안을 달래는 완벽주의 → 아무도 안 보는 자간, 더 많은 기능들, 결코 오지 않는 '완벽한 타이밍'
하나는 무기고, 하나는 족쇄다.
3. 완벽주의는 '점'이 아니라 '선'의 개념이다 ( 점진적으로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는 것 )
내가 깨달은 결정적인 사실은 완벽주의가 '시간'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완결 지으려 할 때 우리는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진다.
진정한 완벽은 한 번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이나 MVP(최소 기능 제품) 전략처럼, 일단 세상에 내놓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으며 끊임없이 보완해 나가는 '시간의 누적'이 필요하다. (*디자인씽킹 : 스텐포드대학원 서비스개발 방법론)
"완벽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완성해가는 과정' 속에 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실행하고, 피드백을 통해 1%씩 정교해지는 시간.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책상 앞에서만 완벽을 꿈꾼다면, 그것은 성실함의 탈을 쓴 강박이 될 수도 있다.
4. 완벽주의를 길들이는 3가지 원칙
완벽주의를 버릴 필요는 없다. 다만 주인으로서 길들여야 한다.
'완료'가 '완벽'의 어머니다
골방의 100점짜리 계획보다, 시장에서 두들겨 맞은 첫 70점짜리 실행이 결국 먼저 100점에 도달한다. 출시 전까지 당신의 완벽은 그저 가설일 뿐이다.
'원씽(One Thing)'에만 집착하라
100가지를 다 잘하려다간 평범해진다. 핵심 가치 하나에 집중력을 쏟아붇고, 나머지 99가지는 70점이면 충분하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갈 시간이 생긴다.
AI를 '속도'의 도구로 활용한다면
AI활용을 배우고 싶어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서 하소연을 하곤 한다. 여기서, AI활용으로 효율을 높이고 싶다면 중요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처음부터 더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려 하지 말고, 우선 AI로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AI에게도 점진적인 업무 지시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초급 팀원처럼 대하는 것이 좋다. 업무 지시를 아주 구체적으로 원하는 요구사항도 디테일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업무지시 후엔 AI에게 어떻게 이해했는지 한번 말해보라고 하면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면 점진적으로 업무 난이도를 올려보자. 마치 팀원을 대하는 훌륭한 팀장의 전략처럼 말이다. 이 부분은 추후 다뤄보면 좋을 주제같다.
2026년, 나는 새로운 슬로건을 가슴에 새긴다. "삶의 태도는 우아하게, 성장의 습관은 점진적으로"
우아한 태도란 완벽하지 않아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용기이며, 비판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함이다. 정교한 습관이란 그 안에서도 매일 1%씩 나아지는 실행력이다.
완벽주의라는 함정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걸어 나오기 위해 필요한 건 딱 하나다. "아직 다 안 됐지만, 일단 가보자"는 행동력. 그 한 발짝이 밤새 고민한 폰트 한 글자보다 당신의 사업을 훨씬 더 멀리 데려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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