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이 미용실에서 살아남는 법

어색한 장소에서 꺼낸 질문 하나 & 아이디어

by Song 블루오리온

미용실은 나에게 늘 기대되면서도 어색한 장소다.

원하는 헤어컷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막상 의자에 앉으면 거울 속 시선들과 눈을 마주치며 어색함을 견뎌야 할때도 있다. 때로는 디자이너분의 기분도 괜히 신경 쓰인다. 내향인이라면 이 감각, 아마 익숙할 것이다.


그날도 예약을 하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월화가 자꾸 비어있네. 혹시 쉬시는 건가?”

1년 가까이 꾸준히 찾아온 분이기에, 가볍게 여쭤봤다.

“예약할 때 보니, 월화는 휴무셨나봐요?”



질문 하나가 열어준 대화

돌아온 대답은 생각보다 훨씬 풍성했다.

30대 초반에 대학교 두 곳에서 강의를 나가고 계신다는 것. 디자이너로서의 철학. 그리고 대화가 깊어지면서, 나는 직업 특성상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신지 여쭤봤다.


그때 나온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손목과 어깨에 석회가 끼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직업적 특성상 쉴수는 없으니 손목보호대 착용을 권장했다고.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손목보호대를 착용하고 일을 하면, 머리카락이 자꾸 끼어서 보기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의사의 처방은 맞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쓸 수가 없다.



불편함.

비즈니스 컨설턴트의 머릿속에 문제 해결 아이디어가 그려지는 순간이다.

“이거, 이 디자이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학교때 친구 어머니도 미용사셨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셔서 다리에 부종이 있었다는 말을 들은 것이 떠올랐다. 미용사는 전국에 수십만 명이다. 하루 종일 팔을 들고 가위질을 반복하는 직업이다. 손목과 어깨 부상은 거의 직업병에 가깝다. 그런데 시중의 손목보호대는 전부 일반인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머리카락이 끼지 않는 미용사 전용 손목보호대는?

사용자가 느끼는 문제. 불편함.

그것을 해결해 줄때 기회가 열린다. 이런 과정을 전문 용어로 UX 즉 사용자 경험이라고 한다. 사실 현실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고 찾을 수 있다. 거창하게 IT 전문가가 말하는 UX/UI 라는 모호함?의 함정을 오히려 주의해야 한다. 이것은 오랜시간 고객 프로젝트로 상생을 하면서 더욱 명확해진 개념이다.


불편함과 해결! 그 사이의 갭, 아무도 안 채운 자리. 바로 거기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

물론 시장의 규모와 성숙도 및 성장 가능성을 조사해 보는것이 우선일것이다.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무조건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비즈니스의 출발점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관심은 공감을 낳고, 공감은 신뢰를 낳고, 신뢰는 비즈니스가 된다.

거창한 시장조사가 아니었다. 미용실 의자에 앉아 건넨 질문 하나에서 나눈 아이디어였다.


미용실을 나서며

좀 더 친밀해진 느낌과 정돈된 헤어.

한층 밝아진 미소를 뒤로 한 채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데이빗스쿨 3대 필독서 중 하나인 『질문이 답을 바꾼다』는 말한다. 좋은 관계는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내향인이라서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오늘 당신 주변 누군가의 작은 불편함에 먼저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 한 마디가 관계가 되고, 관계가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