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데레사 Mar 22. 2019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알고 싶다면 일독

어떻게 쓸 것 같은가? 펑펑 쓸까? 얼마나 걷고 남길까? 남기기나 할까? 어떤 근거로 쓸까? 이걸 어디에 물어보고 알아볼 수 있을까? 알고 싶지만 복잡할 것 같고 알아서 소용 있을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 보아야 한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인 저자는 수업 첫 시간이면 학생들에게 늘 물어본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작년 한 해 동안 얼마나 지출했을까요?"

나도 독서모임을 하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똑같이 물어봤다.

저자의 학생도 내 지인도 물론 나도 가늠 조차 쉽지가 않은 질문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정부는 약 326조를 지출했고 그 해 우리나라 GDP가 1173조 원이다. 정부가 GDP의 35%를 지출했다는 의미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개인이 경제활동을 할 때 3월 21일(2011년 기준  세금 해방일)까지는 세금을 내기 위해 일을 한 것이고 그 이후부터 번 돈이 오로지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신선하다. 앎의 기쁨이 샘솟는 이 순간을 놓칠세라 예산의 흐름, 세입과 세출, 조세의 원칙, 국가채무에 관하여 (학창 시절 사회/경제 교과서를 읽는 기분으로) 읽어 내려가다 보면 2부 정부와 시장의 경제 작동 원리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그전에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큰 정부, 작은 정부에 관한 설명을 들어 보자.

우리나라 복지 재정의 특징은 저부담, 저복지다. 적게 걷고 적게 쓴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큰 정부라고 생각할까? (중략) 다음은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는 이들의 답변이다. "재정지출 면에서는 작은 정부일지 모르나 인력, 즉 공무원 규모 면에서는 큰 정부다." (중략) 사실 우리나라 공무원 규모는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굉장히 작다. 재정규모가 작은 나라보다 더 작다. (중략) 이처럼 다른 나라와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교육과 복지 분야 일반정부 종사자 수가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어떤가? 대한민국은 정말  정부 인가?


2002년 문을 연 양양공항은 3500억 원을 들여 의욕적으로 만들었지만 이용객이 하루 서른 명이 (2008년 26명)되지 않는다. 이는 2009년 BBC에서 "황당 뉴스"라는 제목으로 보도되었다. 사실 내 돈이라면 그렇게 썼을까 싶은 정부의 세금 낭비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니 찾지 않아도 뉴스에서 거의 매일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정부일은 정치와 관련이 있고 (소수 이익집단이나 정치 집단에 이익이 편중될 수 있음) 세금 지출 행위의 비용 편익 분석이 자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민간이 사업을 맡는다고 해서 비용이 줄고 효용이 높아진다는 관념에 반하는 사례도 많다. 저자는 결국 정부 세금 지출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해 "투명한 정보 공개"를 꼽는다. 얼마 전 김두식 교수가 출간한 신간 (법률가들)과 관련해서 출연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법률적용에 대한 민간 이해와 사회적 금전적 과다비용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1,2심) 판결문 공개를 꼽은 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은 소수 기득권에게는 큰 부를 안겨주지만 다수 일반인들에게는 고통인 것이다.


3부에서는 변하는 사회 제도에서 재정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을 보면 평균 및 수치의 허상에 대해 낱낱이 알 수 있다. 이 개념을 GDP에 대입해 보아도 틀림이 없다. 국가 GDP는 늘어나지만 개인의 삶은 더 힘들어지는 현실이 그 예다.

맞벌이 덕에 (가계 소득이) 200만 원이 늘었다고 해도 추가 지출을 빼면 (직간접 가사비용인 70만 원) 130만 원만 순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가사노동 비용만 따진 것이다. 여기에다 맞벌이 때문에 감소한 삶의 질, 이를테면 일과 가사의 이중고에 따른 피곤함과 아이에 대한 미안함까지 얹으면 맞벌이의 생활수준 순증가분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벌이는 GDP를 이중으로 높인다. 우선 아내가 일해서 돈을 벌면 그만큼 GDP가 증가한다. 게다가 아내가 일함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지출만큼 또 GDP가 늘어난다. 집에서 해 먹는 대신 식당에서 사 먹으면 음식점 소득이 늘어난다. 가사와 보육에 지출하는 돈은 그만큼 가사도우미와 보육교사의 소득이 되어 GDP를 증가시킨다.

이 뿐 아니라 사교육 지출, 빚지는 것도 손쉽게 GDP를 높인다. 일반적으로 GDP가 높으면 그만큼 많은 돈을 벌고 삶의 질도 높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와 같이 사회 효용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득 격차와 관련하여 이 책 232쪽~233쪽에는 흥미로운 행렬을 설명해 준다.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평균 신장을 1.7미터로 놓고 1시간 동안 소득을 가진 모든 개인의 키를 소득과 동치 시켜 (소득이 0인 개인=0미터, 평균 소득을 올리는 개인=1.7미터, 평균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는 개=1.7미터 이상) 행렬을 시킨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땅을 파고 나서는 사람들 (소득이 마이너스인 사람)부터 없는듯 한 사람(무 소득자)들의 행렬이 한참을 지나가기 시작 하고 47분쯤 지났을 때 겨우 평균 신장인 사람이 나타난다. 그리고 마지막 몇십 초를 남기고 갑자기 굉장한 거인이 나타나는 데 극소수인 이들신장이 70미터(가수 보아), 수 킬로미터 (재벌그룹의 회장 등)나 된다. 갈수록 기술 발달로 인한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시장에 제공되는 일자리의 질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다수의 학자나 전문 소득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보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정부의 바람직한 배분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형평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재정 기능을 잘하는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국민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가 복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관해 논하는 4장 앞머리에 리영희 선생의 '조건반사의 토끼'를 인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사건(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일단 그 용어를 사용하면 일정한 고정관념을 머릿속에 형성하게끔 우리들이 인식이 길들여졌음을 비판하는 얘기였다. 리영희 선생은 그 당시 냉전 용어를 염두에 두고 쓴 표현이었다. (중략) 비록 냉전 이데올로기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복지에 대해서도 비슷한 인식을 가지는 듯하다. '복지'하면 빈민, 의존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복지는 스스로 일해서 벌어먹을 수 없는 사람만 도와줘야 해'라는 관념을 품은 사람도 많다.

이분법적인 사고는 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기에 생존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굉장히 유용한 사고방식이지만 세대와 세기를 넘겨보는 시야가 필요한 정부 재정 분야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 감세정책, 복지정책에 대한 의견을 가질 때 이러한 개념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좀 더 합리적인 결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국가 채무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복지 부분 정부의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 그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본다.

수년 전에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50년 경제 보고서'에서 2050년에 한국의 1인당 소득 수준은 세계 2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대로 된다면야 좋겠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좀 더 신빙성 있는 자료를 보자. 국회 예산정책처 추정에 의하면 2050년경 우리나라 소득 수준은 현재의 OECD 국가들 중에서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것도 장밋빛 전망이긴 하지만 40년 뒤에 현재의 부유한 선진국 정도의 소득 수준을 누린다는 것은 현실성 있어 보인다.

책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월 블룸버그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혁진적인 국가 1위에 2년 연속으로 뽑았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9-01-22/germany-nearly-catches-korea-as-innovation-champ-u-s-rebounds


2050년 GDP 대비 20%가 넘는 복지지출과 40%가 넘는 재정지출도 감당할 만하다는 내 주장을 너무 낙관적인 견해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지 '쉽다'는 뜻은 아니다. 즉 우리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세입 여건을 감안하면 쉽지는 않다.

나를 포함한 개개인이 정부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경제활동을 하다 보면 가능한 미래상 아닐까?

http://m.yes24.com/Goods/Detail/8371532



작가의 이전글 활활 타는 해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