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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데레사 Mar 21. 2019

활활 타는 해님 이야기

클럽 이름을 너무 순화했나 봄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6797.html

이름처럼 활활 타오르다 못해 폭발하고 만 강남 클럽 사건에 온 언론이 매일 수백 개씩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하다 못해, 커피숍을 가도 가수 누구 클럽 어디 얘기를 하는 테이블을 쉽게 본다.

그래서 기사를 보기 싫었고 티브이를 보기 싫었다. 죄다 껍데기만 뜯고 호들갑 떠는 모습에 동조하기 싫었다. 그러는 중에 우연히 위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기사 속의 인터뷰이 주원규 작가는 소년원에서 가출청소년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하는 작가이자 목사였다. 그런데 그곳의 아이들이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유는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강남 클럽에 찾아간 것이다. 아이들을 유혹하는 구조를 알아보기 위해 대리 기사, 조명 설비 기사, 주류 배달원으로 클럽을 드나들며 잠입 취재를 했고 그 결과물인 소설 <메이드 인 강남>을 집필하였다.


인터뷰 기사를 죽 읽다 보니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고 성숙한 시민이라면 "왜", "어떻게"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 파악해서 나와 사회를 돌아보는 것이 진정 필요하다. 이 자극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는"한 순간 감당이 안 될 정도의 부와 인기를 얻었지만 올바른 사회 경험을 쌓지 못한" 연예인들을 이용해서 클럽을 확장시키고, " 그 연예인들이 가끔 온다는 곳에 가서 즐기고 싶은"어린 청년들에게 부질없는 즐거움을 팔고, "자신의 절실함을 들어준다기에 발을 들인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돈벌이로 전락시킨 존재가 (슬프지만 아마도 어른일 것이다) 자신의 욕망에 어린 청년들을 엮어서 만들어 낸 어두운 테피스트리다. 물론 이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 죄가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자신의 인기를 감사히 여기지 못하고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죄는 법이 정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에 연관된 모든 어린 청년들이 더 건강한 사회를 만날 기회가, 좋은 어른에 기댈 기회가, 천민자본주의가 활개 치는 사회 구조가 아쉽다. 깊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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