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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데레사 Apr 01. 2019

다시 일하고 싶어 짐

경단녀의 자기 효능감 상봉기  

출산을 하고 햇수로 9년이 지났다. 먹는 시간도 자는 시간도 다른 쌍둥이가 다른 시간에 깨어서 울면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아주고 또 서로의 울음소리에 놀라서 같이 울고 나도 울고 하던 시간은 길어야 2년이었다. 초등 2학년이 된 지금 여전히 손이 많이 가지만 장난 꾸래기 장남, 차남은 사람 구실을 하고 학교도 다니니 등교 후 오전 시간은 오롯이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오래간만에 마음먹고 간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않으니 호수 너머로 출산 전까지 다녔던 회사가 보인다. 지금 생각하면 여러모로 미진한 나를 받아주고 키워주었던 좋은 회사였다. 독한 마음을 먹고 회사를 나왔지만 쌍둥이를 양육하는 문득문득 아쉬움이 남았다. 

그때, 마음만이 아니라 조금씩 회사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면 어땠을까? 영어공부 중국어 공부를 조금씩 다시 익히고 업계에 관한 신문기사를 모으며 준비했다면? 팀장님에게 정기적으로 안부 메일을 보내며 나의 성장과정을 어필했다면? 말은 뭘 못 하겠나 싶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김민식 피디의 '영어 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은 독자는 수만에 이르지만 정말로 영어책 한 권을 다 외운 사람은 몇 명 없듯이. 나도 아마 정말 준비를 했더라면 회사에 돌아갔을 수도 있겠고 복귀하지 못했더라도 다른 인연의 고리를 유의미하게 만들어냈을 것이다. 이렇게 보니 어렵지만 쉬운 일이다. 


아이들은 나의 손을 조금씩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그동안 붙잡지 않았던 질문을 나한테 하고자 한다.

밥벌이를 해 볼 텐가. 제대로만 한다면 생각보다 기회는 많다는 자신감이 든다. 


얼마 전 몰아 보았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이런 문자 대화가 나온다.


문:

산사는 평화로운가?

난 천근만근인 몸을 질질 끌고

가기 싫은 회사로 간다.

답:

몸은 기껏해야 백이십 근

천근만근인 것은 네 마음.


백이십 근을 만근처럼 무겁게 하는 게 내 마음이라면 가볍게 하는 것도 내 마음이다.

이제야말로 자기 효능감을 상봉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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