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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데레사 Apr 01. 2019

공부 공부

자기 계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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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공부란 어렵고 하기 싫지만 살아가기 위해 꼭 해야만 하는 그것. 그러니까 호오가 공존하는 양가적 감정을 일으키는 단어이다. 아마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할 것이다.

공부에 관한 후자적 관점으로 본다면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에 관한 한 [완벽한 공부법]이라는 책이 독보적으로 좋은 책이라고 본다.

그리고 전자 즉, 공부가 왜 어렵고 싫은지 공부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전환하면 좋을지에 대해 살펴보기에 좋은 책은 엄기호의 [공부 공부] 이다.


한국 전쟁 이후 독보적인 경제 사회 발전을 구가하며 미래 예측이 가능했던 1970~90년대의 제도권 교육을 통한 공부는 학벌을 형성하고 신분 상승 할 수 있는 보증수표였다. 아무리 하기 싫고 힘들어도 참고 공부만 했다면 좋은 기업에 다닐 수 있었고 고위 공무원이 되고 전문직에 종사하며 가장 한 명이 한 가족을 모자람 없이 부양할 수 있었기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험 문제는 쓸데없이 어려워지기만 해도 제도권 교육은 그럭저럭 작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서울지역 이하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교육자본으로서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그나마도 학원, 강사가 학교보다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제도권 교육은 붕괴하기 시작하고 학부모/교사/학생은 동상이몽을 하며 각자도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 세대는 공부를 통해 성공도 하고 사회도 바꾸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에는 공부를 통해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극소수의 학생을 제외하면,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기제로서 공부의 목적은 그 효용을 다했다. (중략) 이것으로는 다수의 학생에게 공부할 동기를 부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과거에는 이렇게 점수를 높이고 자격증을 따는 일은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배치된 것이었고, 양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성과를 가시적으로 내야 한다. (중략) 공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무엇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견디고 즐기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현행 공부 방법의 급진적인 폐기나 보완이 아니라 공부에 대한 관점의'전환'을 말한다. 공부는 필요하다. 단, 나를 배려하며 배움의 기예를 익히고 다룰 줄 아는 "자유"의 경지에 이르는 "공부"를 하자고 말한다. 이 "자유"에 대해 노장사상의 "도"를 언급하는데 이런 식이다.

소를 잡을 때에도 도가 있다. 능수능란한 백정은 소를 잡을 때 소가 아픔을 느끼지 않게 한다. (중략) 소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자신의 기술을 목적에 맞게 잘 사용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선용이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의 한계가(소를 잡는 도구는 칼 밖에 없음, 소를 잡아야 먹고살 수 있는 나의 상황 등) 극복과 부정의 대상이 아닌 '다룸'의 차원으로 넘길 수 있다면 기쁨과 성장이 동반하는 익힘을 통해 자유롭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배움을 도구로서 선용할 수 있다면 입시만을 위해 전력질주하고 그 끝에 허망하게 주저앉을 일은 없을 것이다.


책의 후반에서는 해치우듯 하는 공부를 떠나 기쁨이 되는 공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본주의자들이 가끔 진실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배운 자가 아니라 배우는 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인용한 곽숙철의 위의 말은 기쁨이 담보하는 배움의 지속이 관건이다. 이렇듯 지식을 통한 쾌감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함 (특정 과정을 수강하거나 의도한 활동을 수행함)으로 얻기 어렵다. 동경 여행을 다녀 봤으니 경주 여행은 상대적으로 시시한 것이 되면 자극의 역치만 높이는 것이다. 어느 날 동료와 별을 보는데 내 눈에는 무질서해 보이는 별들의 운행이 그 동료의 눈에는 너무나 질서 정연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사실을 겪음 (수동적)으로서 깨닫고 쾌감을 얻는 식이 작가가 의도하는 기쁨에 해당하는 것이다.


기쁨을 통한 역량이 되는 공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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