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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푸근 Jan 21. 2022

퇴사를 하고 나서

생각보다 감흥은 없었다

퇴사를 했다.

약 10년을 다녔는데, 생각보다 정리에는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다소 형식적인 인사를 했고, 그저 그런 멘트의 작별 메일을 보냈다.


걸어 나오는 감정은 생각보다 감흥이 없었다.

아주 후련하지도, 아주 슬프지도 않았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무엇이 남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제 그만 되었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퇴사는 완결되었다.





퇴사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사람도 있고,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있고, 금전적 이유도 있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 반문해보았다. 나의 퇴직 사유는 무엇인가?


퇴직원에 적힌 퇴직 사유란을 보고 나는 한참 생각에 잠겼다. '알면 바꿀 거냐', '네가 한번 생각해봐라. 내가 왜 퇴사하는지' 등 저주와 비난을 적고 싶었지만, 나는 간단히 개인 사유라 적었다. 개인 사유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개인적으로 이곳에 진절머리가 났고,

개인적으로 비전이 없다 느꼈으며,

개인적으로 향후 10년 후 모습이 지금의 네 모습이 아니길 바랬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어딜 옮긴다고 이것이 나아질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사람 사는 세상, 모두가 비슷하며, 어디나 이상한 사람은 있을 것이다. 정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겠지.


하지만 가만히 있기에는 희망이라는 작은 꿈을 놓칠 수 없었고, 나는 이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존심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나는 못 먹어도 GO를 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

이름만 들으면 신상명세가 자동으로 나왔던 동료들은 없다. 한 장에 두 페이지씩 출력하는 법을 매번 묻는 부장도 없다. 본인은 비혼 주의라면서 신입 여사원만 들어오면 활력을 되찾던 내 후배도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나는 또 어떠한 나로 변화할까?


그 설렘과 불안함을 안고 나는 그렇게 퇴직을 한다.


차마 도비 짤은 쓸 수 없어, 앤디로 대체한다.

가자. 새로운 익숙함으로.


https://youtu.be/kxlU6_XzC9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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