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시작에 몇몇 음악들
사실 새해에 대해 아무것도 쓰지 않으려 했다. 항상 야심 찬 계획과 무리한 목표로 덧없이 사라져 갔던 과거들에 대한 학습효과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 권상우 사진을 붙여놓고 '내 몸 개조' PLAN을 장대하게 새웠던 때가 있었다. 내 소중한 친구들은 나의 헬스장 1년 회원권을 '잃어버린 1년'이라고 부르며 그냥 다시 태어나라 조언해주었다. 존 메이어의 기타 연주를 보고 기타를 배우기로 결심했을 때가 있었다. 스팅의 'Shape of my heart'를 열심히 연습하여 MT 때 연주했지만 동기들은 'Shame of your heart'라 비웃었다. 그렇다. 그냥 하루가 지나고 내일이 오는 거다. 굳이 책상 정리를 하고 그동안의 나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열심히 살아왔을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도 우리만의 인생이다.
어딘가 나처럼 덤덤하게 새해를 맞이하는 영혼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들은 보신각 같은 장소에 나갈 의지 따위는 없다. 큰 기대도 눈물 나는 자기반성도 없다. 그냥 11시가 넘어 졸리지만 의무감에 사로잡혀 잠을 안 자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그들과 평소 좋아하던 음악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한 해 동안 수고했고 앞으로도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1) Sugar Town, Zooey Deshanel
보통 나처럼 연애 바보들에게 바이블 같은 영화인 <500일의 썸머>에서 Summer가 부른 노래이다. 난 이 노래가 그렇게 신난다. 예전에 꽤나 중요한 시험을 치러가는 길이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자 이 노래를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진정이 되면서 어깨가 들썩였다. 그다음부터 나는 우울함이 밀려오면 Sugar Town을 듣는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Autumn이 나타나겠지 하며 살아보자. <쇼생크 탈출>에서 그러지 않았던가. 희망이란 좋은 거라고. 더 우울해는 것 같으면 당장 들어보자.
(2) A Song for You, Jesse Campbell
언젠가 Youtube에서 미국 The Voice를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 심사위원들이 이 분의 노래 한 소절만 듣고 모두 자리를 돌려 그를 바라봤던 것이 큰 화제가 되었다. (4명 중 1명은 약간 늦게 돌리긴 했다.) 제시 캠벨은 진짜 목소리가 좋다. 매일 그루브가 가득한 물로 샤워를 한 듯한 음색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한 번은 지인에게 이 동영상을 보여줬었는데 눈을 감고 들으니 더 좋다는 예상 밖의 얘기를 들은 기억도 있다. R&B가 필요한 밤에 추천하고 싶다.
(3) Thats What Friends Are For, 레전드들
Whitney Houston이 한창 젊고 밝을 때, Luther Vandross가 절정으로 멋질 때, Stevie Wonder가 여전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일 때 한 시상식에 Dionne Warwick의 이 곡을 함께 불렀다. 아 이건 동영상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Whitney Houston과 Luther Vandross가 틀림없이 그리워질 것이다.
(4) 특별한 사람, 마이 엔트 메리(토마스쿡)
내가 사랑했던 인디밴드 <마이 엔트 메리>가 내놓은 앨범 속에는 수많은 명곡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만취하면 항상 불렀던 노래가 <특별한 사람>이다. 2017년에도 예전과 같이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그냥 지금처럼 오롯이 가면 좋겠다. 결과가 어떻든 그것도 우리 인생이라 생각하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