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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씽킹 Jul 30. 2021

MZ 다음은 IF 세대?

어제 볼 일이 있어 아이를 데리고 나섰다. 차를 타고 1시간가량 이동해야 하는 동선. 

예의 그렇듯 차에 올라타자마자 우리의 길고 긴 대화는 시작됐다. 

외부와 단절된 차 안에서의 대화는 늘 밀도가 높다. 평소에도 말을 많이 하는 아이지만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하지 못했던 '많은 말'들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엄마가 오직 자신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는 '초집중 상태'임을 알기에 때론 다분히 의도를 띤 전략적 발언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어제의 경우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구매가 왜 필요한가'에 관해 꽤 오래 이야기를 해주었다. (벌써 몇 달째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인데 엄마 아빠가 전혀 설득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역시나 A로 시작해 Z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게임 이야기로 시작해 프로그래밍으로, 요즘 열심히 독학 중인 동영상 편집 이야기로, 수동태와 능동태 이야기로, 스웨덴을 여행 중인 독일 친구 얘기로, 생일 선물 얘기로, 돈 얘기로, 도니 코인(아이 이름으로 발행한 우리만의 코인) 사용 얘기로, 합기도 얘기로, 세차 얘기로, 외롭고 힘든 노인 세대 이야기로(리어카에 박스를 잔뜩 싣고 힘겹게 내 차 앞을 가로질러가시던 할머니를 보고), 복숭아 아이스티와 팥빙수로...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대화가 바뀌어서 흘러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고 우리가 거의 동시에 "벌써 다 왔네?"라고 말했다는 것. 


이야기 중에 재밌는 내용이 있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로블록스 게임 이야기를 해주다가 자신이 지금보다 프로그래밍을 더 잘하게 되면 로블록스 유저들로부터 돈을 받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명칭이 있었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고, 아마도 그런 툴이 있는 모양이었다. 의뢰받는 문제의 성격에 따라 5달러를 받기도 하고 10달러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한참 하던 중에 아이의 발언 중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그런데 5달러를 받고 100달러짜리 일을 해주는 건 언페어(Unfair)하니까..."

그다음에 어떤 말이 이어졌었는지 정확하지 않은데 나는 또 이 문장에 꽂혀 아이에게 질문이 하고 싶어 졌다.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해? 그럼 5달러 받으면 5달러어치만 일해주는 게 공정한 거야? 만일 그 사람이 그냥 즐거워서 돈 생각 안 하고 그렇게 해줄 수도 있지 않아?"

"어쨌든 5달러 받고 100달러만큼 일해주면 그 사람은 자기 노력 값을 제대로 못 받는 거잖아. 하지만 엄마 말처럼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라면 돈 안 받고도 할 수 있기는 하지."


대화는 흘러 세대별 특징으로까지 이어졌고, 나는 어쩌다 보니 아이에게 MZ 세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MZ세대가 무엇이며 엄마 나이의 세대들과 어떻게 다른지 등을 설명하다가,

"예를 들어 엄마가 너하고 저녁에 외식할 약속이 있었다고 치자. 그런데 회사에 갑자기 중요한 일이 생긴 거야. 내일 아침까지 중요한 자료를 만들어놓지 않으면 회사가 곤란해질 수 있는 상황이야. 만일 그렇다면 엄마는 너에게 양해를 구하고 회사에 남아서 일을 하는 편을 택할 거야. 물론 짜증도 나고 화도 나겠지만 그래도 엄마는 회사에 속해 있는 사람이고 내 회사가 곤란해지면 나한테도 좋을 수 없으니까 일단 회사 먼저 생각하는 거지. 

그런데 이럴 경우 MZ 세대는 회사보다는 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대. MZ세대에 대해 정리한 어떤 기사를 봤는데 회사의 발전이나 미래는 나와 관계없다, 고 생각한다는 거야. 그러니까 엄마와 같은 상황이 생겼을 때 MZ세대라면 남아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개인 약속을 먼저 선택하기 쉽겠지. 

그런데 또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어. 자기 할 말을 다 하고 정당한 권리를 충분히 찾는 거니까. 사실 엄마 세대는 그런 걸 잘 못하고 살아서 부러운 점도 있거든."


설명은 더 오래 계속되었다. 어떤 세대가 맞고 틀리다를 말하는 설명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설명하는.


이야기 끝에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너처럼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또 어떤 특징을 갖게 될까?"

"엄마, 엄마가 나한테 회사 일 때문에 외식 약속 못 지킨다고 말하면 나는 그 대신, 나한테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사달라고 했을 거야.(집요하다) 나는 나한테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는 세대야. 조건부 세대지!"


아, 조건부 세대. 2010년 이후 출생한 세대적 특징은 'If세대'가 되려나. 

오늘도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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