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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씽킹 May 04. 2022

job은 있지만 출근하지 않는 엄마의 삶

바쁘다. 오래간만에 이렇게 '정신없음'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중이다. 

우선순위가 있기는 하지만 순위에서 밀렸다 해서 방치해둘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이를테면 집에서 일하는 엄마인 나는 일과 가사를 그것도 완벽하게 병행해야 한다. 

다행히 아이가 커서 자기 할 일은 알아서 해주고 있지만 그것으로 엄마 역할이 끝나는 건 아니다. 

기본적인 것들 즉 식사를 챙기고 최소한의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한 청소와 세탁을 하고, 심지어 어떤 비품이 몇 개 남았는지 언제까지 채워 놓아야 하는지까지 챙기고 있어야 한다. 밥을 하면서 집안 상태를 스캔하고, 청소를 하면서 이후 타임 스케줄을 정리한다. 그래서 머릿속에서는 늘 몇 가지의 생각이 멀티로 작동 중인 상태. 거기다 남편에게 손을 빌려줘야 하는 일들도 가끔 일어난다.


5월이라 가족 행사도 많아서 일정을 맞추고 장소를 찾고 메뉴를 고민하고 선물을 결정하는 과정도 끝이 없다. 잡(job)은 있지만 출근하지 않는 나를, 사람들은 '정신없이 바쁜 사람'으로 생각해주기는커녕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그러면서도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하루 24시간은 똑같고, 할 일은 더 많은데 왜일까...

그 상황을 이해받자고 하소연하는 것도 내 성격엔 안 맞아서 '그래도 내 능력을 믿어주니,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자마자 노트북 챙겨 들고 카페로 나와 초집중을 발휘하며 일을 하는 와중에도 문장 하나 문단 하나 마침표 찍고 잠시 숨 고를 때면 여지없이 '다른 할 일'이 생각나, 아이 병원 예약을 하고, 생활용품 주문을 하고, 5월에 있는 굵직한 일정들의 대략적인 진행 상황을 계획하다 보니 신물이 올라올 지경. 

내일을 오늘보다 조금 여유로울 수 있길 기대하며, 잠깐의 하소연을 마치고 나는 다시 일 모드로 돌아간다. 


오늘도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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